최근 대형 산불은 우리에게 다시금 숲의 존재를 생각하게 했다. 잿빛으로 변한 능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잃은 것은 안타깝게도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생명들이었다. 나무와 동물들, 그리고 숲과 함께 이어져오던 시간, 사람과 숲을 잇던 오래된 숨결까지. 숲은 이제 공공의 기반으로 다시 읽혀야 한다. 임도 설계는 그러한 숲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사람이 접근 가능한 길을 어떻게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고밀도의 사고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이다. 그곳에서 산림기술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명품名品 임도林道를 위한 산림기술사의 사색
한 산림기술사가 30년간 숲에서 길을 열며 품어온 깊은 사유와 통찰을 담다
『길을 열고 숲을 살리다』는 30년간 산림 현장을 걸어온 한 산림기술사가 숲과 기술 사이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하며, 또 책임져야 했는지를 치열하게 사유하며 기록한 한 권의 작업 노트다.
30년 동안 숲을 위한 외길을 걸어온 저자는 측량과 설계, 감리와 타당성 평가의 수많은 과정을 거쳐왔다. 현장의 실패와 변화, 판단과 성찰이 축적된 이 책은 산림기술사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보다 먼저, 책임을 아는 사람의 태도로 시작된다.
도면 위의 수치 하나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자연의 변형을 불러오는지 뼛속 깊이 체득한 저자는 숱한 사례를 통해 임도의 본질을 되묻는다. 어떤 기준이 현실에 닿지 못하고, 어떤 판단이 반복되는 오류를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에서 산림기술사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낸다.
이제, 감感이 아닌 데이터Data로 설계하라!
최신 드론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한 임도설계, 숲과 공존하는 길을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저자는 경험만으로 설계가 이뤄지던 관행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 설계를 제안한다. 드론 라이다(LiDAR)를 활용한 측량 기술과 3차원 지형 분석, 지형과 수문을 반영한 노선 계획,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설계 전략 등 경험에서 축적된 실용적인 지식과 신념이 담겨 있다.
라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해상도 측량 데이터를 활용해 지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노선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러한 접근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장비의 변화가 아니라 산림기술사의 태도와 판단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숲의 미래를 염두에 두는 임도설계자는 더 이상 감각과 경험에만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정량화된 데이터와 검증된 기준 위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제안이다.
30년 가까이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임도설계와 감리, 측량과 타당성 평가를 담당해온 산림기술사 김영체의 실천적 고백이자 통찰의 기록이다. 이 책은 산림토목의 기초부터 드론 라이다 기반의 정밀 설계까지 국내 산림기반시설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기술적 이정표를 제시한다.
“임도 개설의 99%%는 노선 선정이다.”
이 한 문장은 기술을 넘어선 철학으로 읽힌다. 길 하나의 시작점이 숲의 장기 구조와 사람의 접근 방식 전체를 결정짓는다. 그만큼 신중해야 하며, 그 신중함은 결국 설계자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책 속에는 저자의 지난 작업도 등장한다. 초기 설계의 실수, 졸작으로 남은 임도, 무리한 거리 조정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종단물매. 그 모든 경험이 지나간 자리에 지금의 성찰이 놓여 있다. 되돌아보는 태도 속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기준이 만들어진다.
이 책은 수험생에게는 실제를 가늠하게 하는 교재가 되고, 임도설계자와 감리자에게는 기준을 세울 도면이 되며, 정책 담당자에겐 산림기반시설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근거가 된다. 읽는 이의 위치에 따라 책의 쓰임은 달라지지만, 기저에 흐르는 ‘책임의 윤리’는 일관된다.
숲에 길을 내는 일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구조를 고민하는 일이다
숲을 흐르듯 읽어내는 눈, 숲을 해치지 않는 선을 찾는 감각, 숲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설계의 자세가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 『길을 열고 숲을 살리다』는 명품 임도를 위한 기술서이자, 지속가능한 숲을 꿈꾸는 이들에게 건네는 묵직하고 진심 어린 사유의 결과물이다.
길을 열고 숲을 살리는 기술과 태도. 지금의 시대에 숲을 다시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이 한 권의 책에서 기술이 지켜가는 생명의 언어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