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동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또 오랫동안 걸어야 하는 긴 여행길이 시작됩니다. 잠시 쉬거나 놀 시간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홀로 남겨놓고 떠난 집이 혼자 외롭지는 않은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주문을 외워서 집을 작게 만들 수 있다면 품에 꼭 안고 다니고 싶습니다.
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른 아이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집이 그립습니다. 아이들에게 집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초능력을 가진 생명체이며, 힘들고 지칠 때 안아주는 포근한 안식처이며, 가족과 이웃의 따스한 사랑 속에서 희망찬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니까요.
집은 쉴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삶을 품은 특별한 장소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주며, 아이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단단한 정서적 기반을 쌓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앗아가고 고통과 슬픔을 가져다줍니다.
러시아의 콘스탄틴 사투포 작가가 들려주는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의 이야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민간인 사상자는 끝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난민이 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베를린 등 유럽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중에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콘스탄틴 사투포 작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후 매일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음악 수업을 듣고, 축구를 즐기던 평범한 일상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어린이들이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그림책에 담게 됩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집’을 의인화하여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을 오려 붙이고, 수채화와 색연필로 그려서 완성한 환상적인 콜라주 그림은 동심으로 돌아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서로 도우며, 손을 맞잡고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