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100’, 〈가디언〉 ‘올해 주목해야 할 소설’ 선정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복스〉, 〈에스콰이어〉 ‘올해 최고의 책’ 선정
인도 최하층민에서 21세기 최고권력자가 된 킹 라오가 쏘아올린 작은 공!
죽음마저 극복했다는 디지털 세계 신적 존재의 기묘하고 음울한 오디세이
전통적인 정치체제의 정부가 붕괴되고, IT 글로벌 대기업 ‘코코넛’이 주도하는 ‘주주 정부’의 행정과 ‘알고리즘’의 사법 시스템으로 사회가 운영되는 21세기 중반의 지구. ‘찜통 기후 현상’으로 더 이상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시민들의 삶을 기업의 이익에 일치시켜 놓는 교묘한 정치ㆍ경제 체제에 반기를 든 일부 사람들은 스스로를 ‘엑스’라고 칭하고, ‘주주 정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바깥세계로 거처를 옮기고 살아간다. 이들 무리 중 단 한 번도 ‘주주’의 신분을 유지한 적 없는 어느 10대 소녀가 주류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체포당한다. 그녀의 정체는 놀랍게도, 수십 년 전 자그마한 스타트 기업 ‘코코넛’를 전무후무한 대기업으로 키우고 한때 ‘주주 정부’의 최고 권력자이기도 한 전설적인 인물 킹 라오의 딸, 아테나였다.
이 소설은 아테나가 내레이터로 독자에게 고백하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각 챕터마다 킹과 아테나의 시점을 오가는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아테나는 킹의 결코 축복받을 수 없는 탄생의 비화부터 이야기를 꺼낸다. 1950년대 초, ‘킹’이라는 이름이 아이러니하게 여겨질 정도로 어둡고 음울했던 유년기를 겪은 소년은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일약 디지털 문명으로 인류를 선도하며 “죽음마저 피해 갈 방법을 찾아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전지전능한 권력과 막대한 부를 손에 쥔다. 반면 철저하게 사회와 단절된 채 아버지의 기억과 인지능력을 이식받으며 폐쇄된 곳에서 성장한 아테나는 킹과 기이한 대조를 이룬다.
킹과 아테나의 삶을 이어나가는 복층 구조의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며 서사의 뼈대를 완성한다. 킹이 신과 같은 존재에서 한순간에 몰락한 과정과 아테나가 ‘주주 정부’의 사회에 나타나자마자 체포되어 교도소에 갇히게 된 내막이 차츰 개연성을 갖추게 된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페이지까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품은 채 흥미로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통제 불능의 기후 환경, 극심한 빈부 격차, 변질되는 민주주주의가 빚어낸 디스토피아
최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삶과 사회 공동체가 위협받는 아이러니
소수인종이자 AI 분야의 전문가인 소설가가 선사하는 생생하고도 섬뜩한 현재와 미래
인도의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저자는 AI와 디지털 기술 분야의 저널리스트로 〈뉴욕 타임스〉, 〈뉴요커〉, 〈애틀랜틱〉,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러한 내력에 문학적ㆍ과학적 상상력이 덧붙여 저자는 생생하고 놀라운 디스토피아를 만들어 낸다. 저자는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으로 대두되는 21세기 디지털 사회의 정치ㆍ경제ㆍ환경ㆍ문화에 얽힌 굵직한 문제들을 정밀한 구성과 밀도 높은 이야기 속에 직조해 낸다.
특히 이 소설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인물들의 도덕적 모호성이다. 여느 소설에서 갈등을 빚는 인물들의 욕망은 윤리적 기준에서 어렵지 않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자신의 경험과 인지 능력을 첨단 기술을 빌려 딸에게 전수하려는 킹, ‘주주 정부’의 모순된 체제를 전복하려는 ‘엑스’들의 리더 엘리먼, 황폐해지는 지구 환경과 ‘주주’들을 위해서 급진적인 교감을 시도하는 아테나 등 등장인물들은 마치 최첨단의 과학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난제처럼 다가온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이들의 행동을 과연 선과 악, 어느 영역에서 봐야 할지 판단을 유보한 채 독자는 작가가 구축해 놓은 매력적인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빨려들어 간다.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경이로우면서도 섬뜩한 고도의 문명사회의 입지전적인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급격하게 발달하는 과학기술 사회의 모순과 폐단을 성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