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와 지역을 넘는 가훈
《안씨가훈顔氏家訓》은 육조시대(六朝時代) 학자인 안지추(顔之推, 531~590 무렵)에 의해 지어진 저작이다. 이 책은 1,500여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가훈서이다. 이러한 바탕에는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담보하고 혼란한 시기를 겪으며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이 독자층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게는 집안 살림이나 대인관계에 관한 조언에서 크게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도모하기 위한 방편이나 내면적으로 마음수련에 관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힘든 세상을 극복하기 위한 각종 처세술을 담고 있다. 일방적인 훈계하는 방식이 아닌 속담이나 실제적은 사례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자상하게 설득하고 있다.
2. 자손들에게 전하는 간절한 목소리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은 자식 교육이었다.
“뛰어난 지혜를 가진 이는 가르치지 않아도 이룸이 있다. 반면에 극히 어리석은 이는 아무리 가르친들 나아질 것이 없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가르치면 알고, 가르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어릴 적이 중요하다〉중에서 -
뛰어난 사람이나 매우 어리석은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에 속하는 사람은 교육을 통해 완성된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 통해서 자식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양 원제 때의 어떤 학사는 총명하고 재주가 있어 아버지에게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자식에게 올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데는 실패하였다. 어쩌다 그의 자식이 옳은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두루 알리고, 한 해가 다 가도록 자랑하였다.
-〈자식 교육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한다〉중에서-
이는 오늘날의 칭찬을 통한 동기부여를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식과도 매우 유사하다.
3. 집안을 보존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안씨가훈》은 고난 속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지키려는 노력과 철학이 담겨있다. 아울러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하고,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담고 있어 수많은 가훈서 중에서도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선한 사람과 함께 지내게 되면, 마치 향기로운 지초나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처럼 오래되면 절로 자신의 몸에서 향기가 풍기게 된다. 악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마치 절인 생선을 파는 가게에 들어간 것처럼 오래되면 절로 악취가 풍기게 된다.”
-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하라〉 중에서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해진 환경의 영향을 받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대부분 삶이 결정된다. 그래서 공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과 손해를 입히는 사람을 구분하여, 나보다 나은 사람과 사귀라고 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옷은 찬 이슬이나 가려주면 충분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워주면 충분하다. 자기 육신 안의 먹고 입는 일에도 사치를 해서는 안 되는데, 자기 몸 바깥의 일에 무엇 하러 온갖 교만과 사치를 다 부리는가?”
- 〈생활은 검소하게 하라〉 중에서 -
지나친 허영이나 욕심은 도리어 사람을 해치고 집안을 망친다. 오늘날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가르침이다. 이러한 저자의 간곡한 바람이 1,500여년의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들에게 까지 큰 울림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