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공간이 되고, 감각은 일상이 된다”
취향을 비즈니스로 만든 사람들
‘도쿄’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감각적인 브랜드들이 아닐까. 도쿄는 사람들이 모여 취향을 비즈니스로 만들고, 감각이 일상이 되는 도시. 이러한 도쿄의 문화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소개해 온 콘텐츠 기획팀 ‘도쿄다반사’가 이곳의 감각적인 브랜드들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14인을 인터뷰한 책 《도쿄 브랜딩》을 펴냈다. 이 책에는 레코드를 수집하던 취미가 레코드숍 창업으로 이어진 이야기, 재즈를 좋아해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재즈킷사를 연 이야기처럼 취향을 삶과 연결시킨 사람들의 여정이 담겨 있다. 또한, 무언가 정말 뛰어난 것을 만나면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어진다는 ‘콘란샵 재팬’ 대표의 철학, ‘내가 쓸 가방이라면 이런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브랜드 ‘템베아’의 성장기, 잡지를 좋아하던 소년이 일본 라이프스타일 잡지계의 전설이 된 ‘주식회사 제이아이’의 이시카와 지로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콜라를 사랑해 한방이 접목된 크래프트 콜라 전문점을 연 ‘이요시 콜라’의 콜라 코바야시, 단 한 권의 책만을 판매하는 ‘모리오카 서점’의 모리오카 요시유키, 책을 만드는 일보다 전하는 일에 더 매력을 느껴 ‘책방 B&B’를 연 우치누마 신타로, 한 시대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든 편집자이자 ‘랜드스케이프 프로덕트’의 오카모토 히토시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 밖에도 일본 최고의 재즈 클럽 ‘블루노트 재팬’에서 PR을 맡고 있는 카타오카 치구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자 이채로움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회사 ‘헤라르보니’에 입사한 박리나, 패션을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팜’의 토비타 마사히로와 오카다 치히노,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의 힘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신념으로 ‘스탬프스’를 창업한 요시카와 슈이치, 도쿄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운드(어떤 사운드일까용)를 만들어낸 ‘카페 아프레미디’의 운영자 하시모토 토오루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이 도시의 감각을 구현해낸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쿄 브랜딩》은 감각적인 도시 도쿄에서 자신의 취향을 브랜드로 빚어낸 사람들의 인사이트 인터뷰집이다.
“지금 하는 일과 이 공간을 최대한 오래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쿄에서 만난 브랜드들의 일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오랜 시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도쿄라는 치열한 대도시에서 자신만의 취향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오랜 시간 유지해 온 14인의 공통점은 브랜드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자신이 일하는 ‘방식과 태도’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좋은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전 세계를 돌며 디자이너, 공예가, 생산자들과 만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서점을 만들며 에디팅의 감각을 실험한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무엇보다 판매자 본인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직하게 전하는 것을 중시한다.
단순히 아름답거나 멋있는 브랜드는 넘쳐나기 때문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 회사든, 가게든, 브랜드든, 그 의미가 점점 퇴색되는 것 같아요. 피상적인 것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손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곳이 좋은 가게나 좋은 브랜드 같아요. (p.196)
저도 유행에 많이 휩쓸려 왔어요.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것이 결코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좋고 나쁘고를 결정하는 주체는 유행이 아니라 나 자신이어야 해요. (p.225)
이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태도’야말로, 브랜드를 오랜 시간 동안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진짜 힘일 것이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 이미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이들, 혹은 지금 하는 일에 권태를 느끼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이 책에서 도쿄라는 도시가 품은 브랜드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