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만날 수 없는 저어새이름은 익숙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저어새.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는 새인 저어새를 주제로 한 새로운 환경동화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새를 대상으로 한 환경동화 시리즈를 계속 출간해 온 김정희 작가의 지속적인 노력이 5번째 환경동화인 『저어새랑 인천이랑』으로 이어진 결과다.
전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정보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실용서에 상상력과 유려한 문체를 더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아 환경동화로 녹여내었다. 중생대 백악기 저어새가 살았던 곳 소개를 시작으로, 저어새의 종류와 주요 터전인 갯벌, 저어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인천광역시 남동구의 인공섬인 남동유수지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동아리 회원이 되어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딸림7화음’이라는 과학동아리 학생들과 지도 선생님의 대화체 구성은 학생들과 선생님의 대화를 더 실감 나게 읽을 수 있어 교육연극 대본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이야기를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사진
이 책을 펼치면서 또 한 번 놀란 부분은 바로 자료사진의 다양함과 풍성함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적절하게 배치한 사진만으로도 저어새의 생태를 알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사진과 감수를 맡은 권인기 박사는 국내 저어새의 연구와 보존에 관한 일인자이다.
책 속에서 과학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저어새 탐구여행을 마치고 이 책을 덮을 때쯤 저어새 생태학습관에 가서 아이들처럼 저어새 섬을 직접 망원경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아마도 환경보호의 첫걸음은 바로 이런 관심 아닐까. 재미나게 읽고 나서 아무런 감흥 없이 그냥 덮는 동화책이 아닌 실제 자연과 환경을 보존하려는 마음과 그에 대한 호기심이 우러나오는 책이야말로 진정한 환경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오기와 황새에서 제비와 두루미로, 그리고 저어새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환경동화가 계속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지, 어떤 주제와 소재를 어떤 형식으로 담아낼지, 이런 기대감은 『저어새랑 인천이랑』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씽 교과서 시리즈
공부 따로, 생활 따로 하지 않고 일상에서 공부하는 재미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어린이 교양학습 분야이며, 쉽게 읽고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세상을 보며 넓은 시야를 기르고, 주제별로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씽” 교과서 시리즈입니다.
〈감수의 글〉
저어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다 많아지길
전 세계 11,000여 종의 조류 중 약 12%가 멸종위기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사라져가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와 노력 중에서도 저어새 보전의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사연들은 감히 최고라고 할수 있습니다. 1988년 288마리에 불과했던 저어새는 2024년 6,988마리로 36년간 24배나 늘어났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list) 등급이 ‘심각한 멸종위기(CR)’에서 ‘멸종위기(EN)’를 거쳐 이제 ‘취약(VU)’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인공 증식을 통한 인위적인 개체수 회복이 아니라 저어새가 분포하는 국가들의 많은 사람들이 한뜻으로 이 새와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헌신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환경 악화, 질병, 포식 등 저어새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 많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09년 인천광역시 송도 신도시 인근에 있는 도심 속 남동유수지에 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사람들이 이 새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다양한 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전 세계 저어새의 90% 이상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저어새의 고향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새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저어새를 가장 쉽게 관찰할 수있는 남동유수지 저어새 섬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저어새 상황과 그간의 보전 노력이 잘 담겨있습니다. 책의 감수를 맡고 사진작가로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어새를 알릴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난 15년간 해 온 저어새 연구 자료와 수십만 장의 사진을 다시 검토하고, 함께 보호 활동을 했던 많은 분과의 시간을 다시금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때론 박사님, 때론 활동가, 때론 ‘딸림7화음’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폭우에 저어새 섬이 잠겨 알과 새끼들이 희생될까 걱정이 되어 남동유수지 모니터링용 컨테이너에서 밤을 지새우던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저어새는 갯벌과 강, 논 등 습지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입니다. 저어새를 지킴으로서 저어새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친구들도 함께 지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인간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대상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가 저어새의 매력에 빠져들어, 꼭 한번은 ‘딸림7화음’ 동아리의 발자취를 따라 자연으로 나가보시길 바랍니다. 저어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다 많아지는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
권인기(조류 생태학 박사, 인천광역시 저어새 생태학습관 관장, 저어새와 친구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