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나는 토마토였다》는 정든별 시인 자아(自我)의 자화상을 객관적 상관물(客觀的相關物)로 그려냈다. 유년의 기억부터 성장기 추억 그리고 노년의 삶까지를 사물, 정황, 사건에 빗대어서 시적으로 표현했다. 이팝나무, 눈(雪), 잔디밭, 해당화, 눈물, 토마토, 목련, 소나무, 단풍, 수박, 사과, 해바라기, 꽃 등등은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동감의 상관물들이다. 이 시집은 시인의 말, 1부/ 이팝나무, 2부/ 나는 토마토였다, 3부/ 밤을 좋아한다 4부/ 아픈 내 세월아, 해설(김경수 시인, 문학평론가)로 묶어냈다.
지난한 삶, 그 갈증적 회상 공간의 詩化
정든별 시인이 살고 있는 현재의 공간은 그가 살아온 갈증적 회상 공간이다. 끊임없이 긍정과 부정의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생명에의 꿈을 꾸는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일으켜 세우려는 움직이고 변모하려는 정신을 갖고 있다. 봉사와 타인을 위한 삶의 여정 속에서 지난했던 삶의 보상을 향한 갈증에 애타고 있다. 시인은 항상 진실과 만날 때 감동의 문이 열리듯, 정든별 시의 목청은 언제나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한 자신의 역할에 매달려 있으면서 합리와 불합리의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세계에 맞닿은 헌신적 신념을 표방하는 그의 표정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현실적 삶의 중심에서 벗어난 과거의 기억을 안타까워하는 노년 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시는 실제로 경험한 후에 그것을 다시 회상하여 정서가 다시 가슴속에 일어남을 기다려 표현해야 한다’라는 워즈워스의 말처럼 정든별 시인은 이처럼 오랜 세월 속에서 숙성된 신앙심이 시심으로 부활하였다고 볼 수 있다.
- 해설 중에서 / 金京秀(詩人, 文學評論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