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제대로 뽑으려면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각종 언론과 매체는 구도와 판세를 논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보도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자격과 조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일까? 이 질문의 배경에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환호와 함께 시작한 대통령의 임기가 저주와 원성과 함께 마감된 한국 정치의 비극이 있다.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진영논리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지지한다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인가』에서 저자는 대통령 평가에 대한 기준을 객관화하고, 유권자가 스스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 기준을 활용할 수 있게끔 돕는다. 그럼으로써 정치인을 바라보는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정착시키고자 한다. 이 책은 특정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찬양하려는 책이 아니다. 존경 속에 퇴임하는 대통령을 바라는 모든 유권자를 위한 책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
정치적 자질과 리더십 역량
정치적 자질이란 국가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나 성품, 사명의식을 말한다. 이는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이 책에서는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정량적 평가를 시도한다. 첫째, 시대정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가? 둘째, 시대정신에 기반하여 국정운영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실천하였는가? 셋째,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도덕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으며 어떻게 실천하였는가? 시대정신, 국정비전, 도덕성이 부족하다면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좋은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 이를테면 무자비한 독재자가 역량이 뛰어나 집권과 정권 유지에는 탁월할 수 있어도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듯이 말이다. 국가의 목표 설정을 잘못한다면, 역량이 뛰어나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리더십 역량이란 한마디로 지도자로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역량을 20여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중 국가 지도자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역량을 인지 영역(Thinking), 업무 영역(Working), 관계감성 영역(Relating)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총 10가지를 선정했다. 인지 영역에 해당하는 역량으로 통찰력, 변화혁신, 의사결정, 국제외교감각이 있으며, 업무 영역에는 문제해결, 추진력, 조직관리가 있고, 관계감성 영역에는 자기확신, 공감소통, 관계관리가 있다. 각각의 리더십 역량은 1.0에서 5.0점까지 0.5점 단위로 평가한다.
이승만에서 윤석열까지,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다
이 책에서는 객관적이고 일관된 평가를 위해 개인의 정치적 자질과 리더십 역량만을 기준으로 대통령들을 평가한다. 생애와 재임 기간의 주요 정책과 사건을 토대로 해서 역대 한국 대통령 11인의 정치적 자질과 리더십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성공한 업적이나 실패한 업적이 본인의 역량이나 의지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상황에 따른 것인지 중점 분석하여 대통령 개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했다. 일부를 미리 소개하자면, 정치적 자질이 가장 우수하며 리더십 역량도 가장 높은 대통령은 김대중이고, 정치적 자질이 가장 떨어지지만 리더십 역량은 높은 대통령은 전두환, 정치적 자질도 떨어지고 리더십 역량이 최하위인 대통령은 박근혜로 나타났다. 물론 각 대통령에 대한 평가 내용과 점수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오는 평가 항목의 내용과 기준은 독자들이 현실 정치인들을 평가하고자 할 때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
저자는 역대 대통령들을 종합 평가하며, 앞으로 대통령이 될 인물은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할지도 제안한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공통적으로 자기확신, 추진력, 통찰력이 높은 반면에 조직관리, 공감소통, 관계관리가 다른 역량에 비하여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대통령도 개인 역량에 의존한 바가 많았고, 리더십이 부정적으로 발휘된 경우에는 국민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집행하여 국가 위기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저자는 앞으로는 개인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보다 변화를 수용하면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이가 대통령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또한 국민 위에서 국민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나 반대편을 적대시하는 것 등 실패하는 대통령의 공통점을 제시하며, 그런 모습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 국민들은 그동안 여러 명의 불량한 대통령을 뽑고 말았다. 다음 대통령에 대해서 또 실망하고 후회하기 싫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바라보고 선택하는 방식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 책이 편파적인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정치인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정치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