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편이 넘는 논문과 데이터, 사례
실증 데이터를 통해 밝혀낸 ‘착각’과 ‘현실’의 간극!
“왜 공들인 마케팅이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할까?” 『마케팅한다는 착각』은 상식처럼 여겨져 온 마케팅 법칙들이 사실은 착각일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 이유를 300편이 넘는 논문과 데이터를 통해 검토한다.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내며, 실무자에게 명확한 통찰을 제공한 이 책은 출간 후 일본에서 ‘마케팅계를 뒤흔든 문제작’으로 불리며 실무자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저자 세리자와 렌은 ‘마케팅을 과학처럼’ 탐구하는 마케팅 사이언티스트다. 수학·통계 기반의 이과적 접근과 심리학·문화인류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시각을 접목한다. 이 책 역시 수많은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브랜드 충성도는 정말 성장의 원동력일까? 차별화는 왜 소비자의 선택에 결정적이지 않을까? 팬이 많으면 매출이 따라올까? 신제품을 출시해야만 성장이 가능할까?
관성으로 굳어진 마케팅의 프레임을 해체하고, 실증 데이터에 기초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마케터에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급진적인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마케팅 상식이 깨진다!
근거를 가지고 마케팅을 보면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예를 들어 마케팅 전략에서 ‘차별화’는 오랫동안 정답처럼 여겨져 왔다. 경쟁사와 다르게 보여야 소비자가 나를 기억하고, 결국 내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마케팅이 "성공 사례" 중심으로 회자되기 쉬운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한 번의 캠페인이 ‘대박’을 치면, 그것이 곧 필승 전략처럼 복제되곤 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차별화를 인지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단지 익숙한 브랜드, 자주 본 브랜드를 선택한다. 마케터가 차별화된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며칠씩 고민하더라도, 소비자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눈에 익은 것’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렇다면 정말 효율적인 전략은 ‘우리만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충성도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충성도 높은 팬이 꾸준히 제품을 구매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이 기대는 현실과는 다르다. 헤비 유저의 절반은 1년 안에 더 이상 헤비 유저가 아니게 되며, 카테고리의 헤비 유저와 특정 브랜드의 헤비 유저는 전혀 다른 존재다. 실제로 성장하는 브랜드는 충성 고객이 아니라, 전체 고객의 80%인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도달한 브랜드였다.
소비자행동부터 제품, 광고까지
마케팅의 모든 영역을 ‘근거’로 다시 보다
책은 마케팅에서 흔히 사용하는 ‘누구에게(WHO), 무엇을(WHAT), 어떻게(HOW)’의 사고 흐름에 맞춰 구성되었다. 소비자부터 제품, 광고까지 마케팅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각 장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무자는 필요에 따라 원하는 주제를 바로 펼쳐볼 수 있다.
1부 ‘소비자는 정말 그렇게 움직이는가?’에서는 브랜드 충성도가 생각보다 불안정한 점에 주목한다, 고객 유지보다 신규 고객 확보가 더 중요한 이유, ‘팬’을 키워 성장하겠다는 전략이 왜 종종 실패하는지를 다룬다. 2부 ‘당신의 제품 가격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는 소비자가 차별화된 브랜드를 인지하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전제는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음에 주목한다. 차별화, 가격 책정, 리포지셔닝 전략 등을 검토하며 더 효율적인 마케팅안을 제시한다. 3부 ‘당신의 광고는 얼마나 전략적인가?’에서는 많은 브랜드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하고, 라이트 유저층에 도달하기도 전에 마케팅을 종료하는 점을 지적한다. 이 장에서는 브랜드 침투율을 확장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 기반 브랜드 설계, ROI의 오해 등을 짚는다.
전통 마케팅의 상식에 반기를 든
‘근거 기반 마케팅’의 실전 안내서
이처럼 통념을 의심하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며, 실제 시장 반응에 주목하는 접근을 ‘근거 기반 마케팅(evidence-based marketing)’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글로벌 마케팅계에서는 에렌버그-배스 연구소의 바이런 샤프를 중심으로 이미 강력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케팅 이론은 필립 코틀러나 알 리스처럼 ‘차별화’와 ‘포지셔닝’을 강조하는 접근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바이런 샤프는 여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그는 브랜드 충성도나 팬덤보다 ‘인지도’, ‘침투율’, ‘라이트 유저 확대’와 같은 지표가 브랜드 성장에 훨씬 더 결정적임을 말한다.
『마케팅한다는 착각』은 바로 이 ‘근거 기반 마케팅’의 흐름에 속한 책으로, 감각이나 직관이 아닌 연구와 통계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마케팅에도 ‘과학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며, 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늘 반복되는 전략 회의, 기대만큼 반응이 없는 캠페인, 매출은 오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마케터는 지금 무엇을 의심해야 할까? 이 책은 경험과 직감이 아닌, 검증 가능한 기준을 통해 전략을 설계하고 싶은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기준서이자, 마케팅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