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삶에 반기를 든 사람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으며 살아왔고, 그 질문은 점점 ‘무슨 일을 하고 있니?’로 변해간다. 내가 ‘하는 일’이 곧 ‘나’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우리는 또 “무언가 생산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다.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의 명령은 때로는 삶의 의미마저 앗아가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믿음을 단호하게 해체하면서, ‘일하지 않으면 무가치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과감하게 뒤흔든다. 단지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년 실업자, 전업주부, 경력단절자, 은퇴자, 돌봄 노동자들을 사회적 무가치자로 분류하는 ‘노동 중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며 ‘일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노동, 자아 정체성 위기, 계층 간 탈노동 불균형 문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폭넓게 조명한다.
일하지 않는 삶(노동을 거부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갑자기 퇴사한 중산층 남성, 파트 타임으로 생계를 꾸리는 여성, 공동체 생활을 선택한 청년들, 실업 상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발적 은퇴자들-의 삶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일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노동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율성, 공동체, 여유, 사유를 삶의 중심에 되돌려놓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일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점! 그리고 그 선택이 단순한 회피가 아닌,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재설계였다는 점이다.
“삶의 전환을 위한 용기”
가족 부양하고, 경력 쌓고, 집 사고, 은퇴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일하지 않는 삶’은 한없이 낯설고 비현실적일 수 있다. 일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되지 않는 빈곤층에게는 사치스러운 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당신이 느끼는 피로와 허무감, 번아웃은 단지 노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 구조에 순응하는 게 반드시 옳은 길이 아니고, 그래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고, 정치적 대안과 장치, 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하지 않는 삶도 인정하고 보장해주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도 많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껏 해온 모든 선택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 밖의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그 순간부터 훨씬 더 넓고 유연해지고 사회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개인의 삶을 질적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일하지 않을 용기》는 2015년 영국에서 출간된 후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고, “왜 우리는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불편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던졌다. 코로나19 이후 ‘일-삶-소득-자아’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다시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2017년 ‘일하지 않을 권리’로 번역되었다가 절판된 후, 이번에 새롭게 번역해 《일하지 않을 용기》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