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서 시작된 여정, 결국 나를 피워낸 이야기
고슴이는 종이꽃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꽃집에서 진짜 꽃을 사 보기도 하고, 책을 읽고, 소나기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보기도 하지만, 끝내 스스로 피워 낸 꽃은 얻지 못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여정에서 고슴이는 소중한 친구 ‘솔이’를 만나고, 솔이의 말 한 마디에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습니다.
“꽃이 안 필 수도 있대. 그래도 괜찮대. 꽃을 생각하는 마음이 소중한 거래.”
친구 솔이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긍정해 주는 다정한 선언입니다. 꽃은 못 피웠지만, 꽃을 생각하는 고슴의 절절한 마음을 인정해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도 말보다 느낌과 상징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꽃은 단지 식물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빛’, ‘정체성’, ‘자기 꿈’의 은유입니다. 그리고 민들레 씨앗처럼 떠다니는 장면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준비 중인 모든 가능성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너무 실망하지 마. 넌 꽃이 없어도 이미 반짝반짝 빛나는걸?
언젠가 우리도 우리만의 꽃을 피울 거야.”
고슴이는 선인장인데도 친구들처럼 꽃을 피우지 못한 솔이의 모습, 그러나 누구보다 밝고 당당한 솔이의 태도, 그리고 조바심을 내지 않고 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늘 씩씩하게 살아가자는 솔이의 생각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억누르는 무거운 마음이 순간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솔이와 만난 그날 저녁 고슴이는 민들레 씨들을 보며 언젠가 피어날 꽃들을 생각하자, “오늘 저녁이 어제저녁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솔이를 만난 그날, 꽃슴도치가 되고 싶었던 고슴이는 마음으로 꽃을 피우는 꽃슴도치가 되었습니다.
SNS 등의 영향으로 과시문화, 이미지 소비 사회를 넘어 보여주기형 라이프스타일이 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획일주의와 결과주의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 고슴이의 이야기는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나는 꽃슴도치가 되고 싶어》는 아이에게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어른에게는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열어 줍니다. 결핍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자존감과 우정, 그리고 때가 되면 누구나 피운다는 희망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책은 누군가와 비교하며 작아질 때,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잊었을 때, 조용히 꺼내 읽으면 좋은 그런 책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도, 작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는 믿음을 건네주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