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예술적 감성과 학문적 통찰이 겹쳐진 드문 결과물이다. 저자 우성주는 화가이자 이미지인류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알함브라 궁전과 그라나다라는 공간을 감각과 지식의 결로 엮어낸다.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를 묘사하거나, 건축적 특징을 해설하는 수준을 넘어서, 시간의 층위를 지닌 공간 자체를 살아 있는 예술작품으로 이해한다. 그 접근은 다분히 인류학적이고 동시에 문학적이다. 공간의 숨결과 빛의 결, 물소리와 바람의 궤적을 따라 저자의 시선은 시적 언어로 이동하며, 무어인의 흔적을 따라 걷는 여정 속에 독자를 초대한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저자가 직접 그라나다에 한 달간 머물며 그 풍경과 일상을 온몸으로 체화했다는 데 있다. 저자가 말하는 "무어인의 별"은 상징 이상의 감각으로, 사라졌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문명의 잔향이다. 무슬림과 가톨릭, 고대와 현대, 정원과 정사각형의 문, 물과 별빛이 엇갈리는 알함브라의 구석구석은, 저자에게 있어 단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감각의 연장선이었다. 이러한 통찰은 저자가 프랑스에서 예술사와 이미지인류학을 공부하고 연구한 지난 세월, 즉 유럽 문명의 속살을 긴 시간 응시해 온 인내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책은 특정 독자층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이슬람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시각적이고 구조적인 해설로,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감각적인 묘사로, 인문학적 성찰을 즐기는 이에게는 깊이 있는 사유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별빛과 물소리, 그림자와 문양, 무어인의 문화가 새겨진 정원과 목욕탕, 돔 천장의 별자리까지—이 책은 공간과 감정, 역사와 언어를 품은 "다층적 독서"의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