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잃어버린 3년,
그들이 망가뜨린 ‘시민의 집’ 재건을 위한
정치 르포르타주
2022년 가을, 한 일간지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연재되며 입소문을 탔다. 당시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 부재를 비롯해 추진력으로 포장된 대통령의 독선, 이른바 V1·V2를 위한 권력기관 사유화, 검찰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한 행정부, 방미외교(‘바이든-날리면’)와 금융정책(레고랜드 사태)에서 보인 아마추어리즘과 몰염치 등 윤석열 정권 출범 반년 만에 한국사회 곳곳에서 감지되는 ‘후진국으로의 퇴행 징후’를 짚어낸 이 시리즈는 2년 뒤 대한민국의 풍경을 제법 정확히 내다본 텍스트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는 이후로 계속된 추적관찰의 기록이다.
윤석열은 그가 목 놓아 외쳐온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참절했다. 보수우파 정부를 자임한 그의 정권은 막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의 시장경제를 수십 년 뒤로 후퇴시켰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시민의 집’이다. 이 책은 실패한 정권에 대한 부질없는 뒷말이 아니다. 그들이 망가뜨린 시민의 집을 재건하기 위한 르포르타주이자 정치적 임상진단서다.
정책에 무능, 통치에 무법, 국민에 무례한
3無 정권이 구석구석 좀먹은 대한민국의 3년
윤석열 정권 출범에서 몰락까지 3년의 시간에서 21개의 사건을 건져 올린 저자는, 이를 다시 정치(검찰공화국의 V1, V2), 외교·역사(극우 돈키호테의 역사 전쟁), 사회·경제(‘좋아 빠르게 가’버린 어느 독재자의 사회), 12·3 내란(Back to the 1980)으로 재구성한다. 이런 ‘시계열의 재배열’을 통해 언뜻 낱낱의 선후관계로 존재하는 듯한 21개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법·무례가 초래한 한국사회의 퇴보’라는 거대한 인과관계로 결속되며 그 전모를 드러낸다.
이에 따르면 “헌법정신과 법치의 파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정치를 시작한 윤석열의 행보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인’보다는 유무죄를 다투는 ‘검사’에 가까웠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부수반이 된 뒤에도 여전히 법복을 입은 양 참모진과 정부 요직을 검찰 인맥으로 채우고 비판 세력, 심지어 국회 과반의석을 점한 제1야당 대표까지 피의자 다루듯 대했다. 합당한 반대의견조차 ‘정의로운 검사 대통령’에 대한 핍박으로 인식하는 윤석열의 ‘돈키호테’ 기질과, 반대파를 검찰권으로 찍어 누르는 검사정치·사정정치의 결합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공화국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다.
견제와 균형을 상실한 정권은 반대파를 악마화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극우 포퓰리즘(야당과의 단절, 여당 내 숙청, 실체 없는 ‘카르텔’ 타령)으로, 반지성주의(무속 논란, 부정선거 음모론, 홍범도 지우기)로 폭주했다. 이는 다시 권력의 사유화와 책임의 외주화(정권 친위대로 전락한 감사원·권익위·인권위,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이태원 참사)로, 경제(감세가 부른 재정 파괴, 금투세 폐지 등 금융 포퓰리즘), 사회(R&D 예산 삭감, 의대정원 확대와 의·정 갈등), 역사·외교(기울어진 대일외교 및 한미일 vs. 북중러 긴장 고조)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파탄을 불러왔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폭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22대 총선)에 비상계엄이라는 희대의 폭거로 맞서며 몰락을 자초했다. 요컨대 윤석열 시대는 정책에 무능하고, 통치엔 무법하며, 이를 꾸짖은 국민에게 무례·무도로 일관한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3년’이다.
눈 떠보니 후진국,
민주주의-시장경제 재건을 위한 복기
2025년 봄, 세계 179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한국을 ‘자유민주주의’에서 ‘선거민주주의’ 국가로 강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무려 32년 만의 일로, 오늘날의 한국이 민주적 선거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권력의 견제와 균형, 시민적 자유, 법 앞의 평등, 의회와 사법부 독립성 등 민주주의 기본 원리의 구현에는 실패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한편 2025년 IMF는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4641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정확히 3년 전인 2022년 수준(3만4822달러)으로의 후퇴다.
잃어버린 3년의 후유증은 이렇게 넓고 깊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시민의 집을 재건하는 일은 그동안 허물어지고 새는 곳을 꼼꼼히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이 책이 지나간 정권의 뒷공론이 아니라 회복과 재건을 위한 복기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