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타로에 관심이 많은 몇몇 지인들을 대상으로 평소 공부해왔던 토트 타로를 주제로 강좌를 진행한 후,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무엇보다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지식을 요약하여 제시하는 필자의 강의 역량과 내용 자체에 관한 공부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방대한 주제에 관한 설명을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부담과 한계도 느꼈다.
강의를 마무리하고 내 나름대로 정성 들여 만든 교재를 더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강의 내용을 골격으로 살을 붙여 아예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쓰기 시작했던 책이 이제야 절반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제2장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했다가 본격적으로 생명의 나무를 다루는 제3장을 앞두고 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며 집필 작업을 한동안 중단했었다. 그 사이에 출판사를 통해 두 권의 번역서, 『타로 속으로 떠나는 명상 여행-원조 타로 마스터, 폴 포스터 케이스의 비밀 강의 노트! (2023.11.15) 』와 『그대, 아직도 ‘나’를 찾고 있는가? - 인간의 영적 비밀을 푸는 일곱 개의 열쇠 (2024.5.7)』를 차례대로 출간했고, 2024년 여름에 이 책의 집필을 재개했다.
책을 쓰기 위해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정독했던 디온 포춘의 『미스티컬 카발라(1935)』와 앨리스터 크로울리의 『토트의 서(1944)』를 다시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대목들을 대상으로 마치 명상하듯이 깊게 사색하고, 때로는 한 문장을 갖고 며칠간 고민하면서 제대로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다. 예전에 동양의 영성 분야에 관해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는 지인이 “강의를 통해 제일 많이 공부하고 배우는 사람은 강사 본인입니다.”라고 한 말을 듣고 크게 공감했었는데, 이는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인 것 같다.
미국의 오컬티스트이자 카발라/타로 마스터인 론 마일로 듀켓은 “카발라와 생명의 나무는 정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햇살을 받고 물을 빨아들이며 진짜 나무처럼 계속 성장하는 것이며, ‘나’의 카발라와 ‘너’의 카발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무라는 기본 형태는 같지만, 그 나무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생명 나무를 자기 안에서 하나씩 키우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카발라라는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인 지식체계와 가르침을 내가 이해한 대로 풀어쓰고, 내 삶에서 경험한 일들, 알게 된 것들을 적용하여 부연 설명을 시도했다. 완전함과는 거리가 먼 책이다. 5년, 10년 후에 다시 보면 잘못 이해하고 쓴 내용도 발견되고, 개선의 여지도 여기저기 보일 것이다. 아니, 책이 인쇄 들어간 직후에 이불을 빵빵 차게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다 성장 과정의 일부이자 생명의 나무를 오르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디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윤민’이라는 사람의 성장 여정에서 지금, 이 순간에 찍은 스냅 사진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