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는 노동과 삶의 미래를 바꾸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국내외에서 진행된 다양한 주4일제 실험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시간의 정치’가 정말 실현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살펴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만 해도 토요일에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경영계와 보수언론은 “삶의 질을 높이려다 삶의 터전을 잃습니다” 같은 신문광고나 “주5일제 시행하면 경제가 죽는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제 역시 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국책연구기관 KDI의 연구에 따르면, 2004~2011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5일제를 실시한 이후 10인 이상 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1인당 실질 부가가치 산출)은 1.5% 증가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비효율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짧게 일하는 것이 더 많은 성과를 낸다며 이에 맞춰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노동시간 문제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저성장, 기후위기 상황에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금 글로벌 어젠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4일제’가 중요한 정책 이슈로 떠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과거 주5일제가 수많은 논란과 반대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했듯, 주4일제 역시 과도한 우려를 밀어내고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주4일제’가 어떤 제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주4일제 시대가 온다》에서 지은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감당해 온 장시간 노동 구조 그리고 그 속에서 오랫동안 무시되었던 ‘시간 주권’ 문제를 거론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본론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다양한 형태의 주4일제 실험 사례를 통해 주4일제가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넘어 당면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조명한다. 곧 이 책은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즉각적인 현상에서부터 돌봄과 성평등, 지역사회 회복, 기후위기 대응에 이르기까지 주4일제로 촉발되는 여러 사회적 변화를 구체적인 연구 자료와 함께 제시한다. 아이슬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해 온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 모델만이 아니라, 한국의 세브란스병원과 중소제조업체, 지방자치단체의 실제 실험 사례들도 함께 분석의 토대로 삼았다. 또한 ‘포데이위크글로벌(4Day Week Global)’과 같은 국제 네트워크의 데이터도 함께 풀어냈다.
주4일제는 단순히 말해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3일을 쉬는 근무제도를 뜻하지만, 분명 그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지은이는 주4일제가 ‘시간 빈곤’에 내몰린 한국 사회에 ‘시간 주권’을 회복시키는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정치적 의지’라고 강조한다.
“‘시간 빈곤’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시간 주권으로서 ‘주4일제’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주4일제에 대한 회의론이나 시기상조론을 언급하는 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반대가 아닌 대안을 가지고 생산적인 논의에 참여했으면 하는 것이다. 2016년 11월, 국회에서 ‘시간 불평등’을 언급하면서 주4일제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주4일제 논의와 다양한 사례가 한국 사회에서 정책의 상상력을 넓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