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돌봄 문제를 타개할 명쾌한 해법 ‘공공 중심 커뮤니티 케어’
이 책은 돌봄의 절박함을 외면해온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공공 중심 커뮤니티 케어’라는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저자 8인은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돌봄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만 떠넘겨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돌봄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로 보장하는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고령자는 여전히 요양병원에 의존하며, 집에서 존엄하게 살 권리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저자들은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모델을 통해 ‘병원·시설 중심’이 아닌 ‘내가 살던 주거 중심’의 삶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요양·보건·의료·주거·생활지원이 결합된 ‘수요자 중심 통합지원’과 지방정부 중심의 돌봄 설계, 공공 돌봄 인프라 확충, 통합 재정체계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케어’ 모델의 구축이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돌봄이 소수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임을 일깨우며, 돌봄 사회 실현을 위한 시민 참여와 제도의 구조적 전환의 나침반이 되고자 한다.
늙는 것이 두려운 사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장 지금, 돌봄의 풍경’에서는 우리 사회 현재 돌봄의 일그러진 풍경을, 돌봄 당사자·돌봄 책임자·돌봄 제공자 등 돌봄 관계자들 모두가 불행한 현실과 그 이유를 기술했다.
한국에서 늙어간다는 것은 점점 더 고단한 일이 되고 있다. 노인의 다수는 몸이 불편해도 집에서 지내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돌봄은 여전히 가족의 부담으로 남아 있고, 공적 지원은 충분치 않다. 요양병원은 사실상 "마지막 집"이 되어버렸고, 일부는 인권침해와 같은 문제도 발생한다. 집에서 존엄하게 늙고 죽고 싶다는 바람은 여전히 실현되기 어렵다. 지역사회가 돌봄의 공간이 되기 위해선 물리적 환경 개선과 더불어, ‘돌봄은 사적 책임’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늙어가는 것이 두려운 사회는 결국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병상이 아닌, 삶의 공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투자다.
돌봄, 사적인 고통을 넘어서야 한다!
‘2장 돌봄의 주체’에서는 여전히 가족이 돌봄의 몫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 진단과 국가·시장·가족·공동체라는 4개 돌봄 주체들 간의 관계 정립, 돌봄의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 젠더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져야 하고 어떻게 그 해법을 가질 수 있는지, 특별히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마을공동체가 돌봄의 주체로서 어떤 의의가 있고 바로 이 시점 우리 주변에서 어떤 사례가 쌓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기술했다.
돌봄은 누구나 겪는 삶의 조건이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 특히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는 ‘자립’이라는 이상과 자본주의의 효율 논리 그리고 정치적 무관심이 중첩된 결과다. 자립은 돌봄을 부끄러운 일로 만들고, 자본주의는 돌봄을 무임금 혹은 저임금 노동으로 취급하며, 국가는 이 부담을 가족에게 다시 떠넘긴다. 이 과정에서 돌보는 이와 돌봄을 받는 이 모두 지치고 고립된다. 그러나 돌봄은 본질적으로 상호 의존적이며,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다. 당사자, 가족, 이웃, 지역사회, 국가가 참여하는 돌봄 생태계는 각 주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작동할 수 있다. 특히 국가는 체계의 설계자이자 조율자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가족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돌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돌봄을 사적인 고통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재구성할 때 우리는 모두의 존엄한 삶을 향한 길을 열 수 있다.
회복 없는 요양은 개인이 아닌 사회와 제도의 실패다!
‘3장 돌봄의 카르텔 깨기’에서는 요양병원을 둘러싼 침묵의 카르텔, 병원에서는 돌봄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는 현실, 집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찾아올 수 없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고발하고 마침내 보건의료의 새판 짜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한국의 노인 의료·돌봄 체계는 고령자의 회복과 지역사회 복귀보다는 병원 입원과 시설 수용을 당연시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회복과 재가 복귀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제도가 부재한 탓이다. 지역사회 기반의 방문 진료·방문 간호는 제도상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단독 개원 중심의 일차 의료 체계와 인력 부족, 실효성 없는 방문 수가 등이 그 배경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구조적 실패이자 정부의 책임이다. 단순한 재정 투입이나 수가 개선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룹 개원 활성화, 방문 전담기관과의 연계 허용, 공공과 협동조합 기반 인프라 확충 등 지역 기반의 일차 의료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커뮤니티 케어 체계 내에서 방문 서비스가 일상화되어야 고령자도 집에서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다.
주민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자체가 돌봄을 책임지는 일차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4장 공공 돌봄 체계 만들기’에서는 자치단체 중심으로 돌봄을 책임지는 모습, 주거와 관련된 혁신적인 개혁의 상, 통합돌봄을 위해 통합재정이 마련되어야 하는 당위성과 그 구체 모형을 기술했다.
한국 사회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돌봄과 관련해서 하는 역할이 있는가? 불행히도 지자체는 무관심하다. 아니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제도를 쪼개어 관리하고 통제하며 돌봄 재원 역시 대부분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한다. 오랜 세월 이런 관행이 지속되다 보니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돌봄에도 주체적이거나 적극적이지 못하며 비전문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지자체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도록 대개혁이 필요하다. 한편, 돌봄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마지막까지 집에서 살길 원하지만, 취약한 주거 환경은 이들을 병원이나 시설로 몰아넣는다. ‘주거 없는 돌봄’은 결국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비용만 키운다. 국토부와 복지부의 협력은 선언에 그쳤고, 공공임대 확대나 주택 개조 등 현실적 대책은 뒷전이었다. 주거 정책에 지자체가 끼어들 틈도 없다. 또한 돌봄 재정은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지자체 예산 등으로 분절돼 비효율적이다. 사람 중심의 통합 재정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간병비 급여화 같은 정책도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의 확대보다 구조의 전환이다. 병원이 아니라 집,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돌봄. 이 기본 전제가 모든 제도 설계와 정책 판단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제도의 구조적 재편이 절실하다!
‘5장 돌봄의 미래: 다시, 커뮤니키 케어’에서는 한국판 커뮤니티 케어의 종합적인 상과, 이것이 시민들 자신에게 어떻게 작동될 것인지라는 관점에서 달라진 미래의 돌봄 풍경을 제시했다. 끝으로 우리 모두가 다짐하고 실행해나가야 할 열 가지 약속을 기술했다.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의 수요, 공급, 공간, 접근 방식 그리고 제도라는 다섯 가지 요소가 퍼즐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제대로 작동한다. 특히 이용자 중심의 통합 접근은 이 모든 요소를 연결하는 전달체계의 축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 현실은 이 이상적 구조와 크게 괴리되어 있다. 지방정부는 실질적인 기획·설계 권한 없이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단순히 사업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공공 돌봄 인프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돌봄은 여전히 선별적 논리와 가족 의존 구조에 묶여 있고, 자택·지역사회 기반 돌봄은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의 한계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 전달체계는 부처 간, 기관 간 칸막이에 막혀 이용자는 ‘떠도는 돌봄’을 경험한다. 커뮤니티 케어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 공공 공급 확대, 권리 기반의 보편적 접근, 통합 전달체계 구축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지금은 선언적 목표를 넘어 제도의 구조적 재편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