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외원조, 그 빛과 그늘 - 한국은 어떻게 족쇄를 기적으로 바꾸었는가?
ODA 현장과 정책 사이,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실무의 진실
이 책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도약한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개발원조(ODA)의 본질과 전략을 치열하게 성찰한 성과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상 위 이론이 아닌 정책 현장의 경험을 생생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저자는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주OECD대표부 개발원조위원회(DAC) 상주대표, 주케냐대사관 공사참사관 등 대외원조의 전방위적 무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정책 실무자였다. 그가 목격한 수많은 국가들의 흥망, 원조가 성공을 이끄는 경우와 실패를 반복하는 경우를 비교하면서 ‘같은 원조, 왜 결과는 이렇게 다를까?’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그 해답으로 ‘주인의식(Ownership)’과 ‘발전동맹(Development Alliance)’이라는 두 축을 제시한다. 한국이 의존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비결은 원조의 운전석에 스스로 앉았다는 데 있다. 주도권을 쥐기 마련인 공여국에 끌려다니지 않고, 명확한 발전전략과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원조를 수단화했기 때문에 기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항제철, KIST, 경부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등은 외국 원조로 시작되었지만, 한국의 자체 추진력과 후속 투자가 결합되면서 국가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전환되었다.
· 왜 어떤 원조는 기적을 만들고, 어떤 원조는 족쇄가 되는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ODA의 ‘빛과 그늘’을 모두 보여주는 균형감각이다. 원조는 자칫하면 수원국의 자율성을 갉아먹고 의존성을 고착화시키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며, ‘무상원조라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왜 수십 년간 막대한 원조를 받고도 여전히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원조가 어떻게 현지 정치와 제도,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낸다. 특히 에볼라 사태, 제미니호 피랍 사건 등 국제 재난·안보 상황에서 원조의 순기능이나 부작용까지도 폭넓게 다루며, ODA가 단순히 개발 도구가 아니라 공여국과 수원국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전략 자산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ODA를 단지 선한 목적의 순수한 ‘도움’의 차원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래서 원조의 종착지는 원조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역설한다. 그 출구전략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원조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만들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발전 경험은 더 이상 하나의 과거 사례가 아니라, 오늘의 ODA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나침반이다. 그러한 지점을 충실히 파고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해외원조에 참여하는 정책가, 활동가, 연구자는 물론, 공공외교와 국제협력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현실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