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상담은 점집을 대신 할 것인가?
★ 유전 상담에 얽힌 다양한 문제들을 폭넓은 독자에게 소개하는 훌륭한 개론서.
★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전상담을 통해 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을 절제해야만 하는가?
★ 일반인을 위한 명확한 문체와 흥미로운 이야기.
★ 전문가를 위한, 우생학적 유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 한국의 유전상담의 역사를 보론으로 제공.
우리의 DNA에는 무엇까지 담겨 있을까? 우리의 입술, 발가락, 혹은 급한 성격까지 담겨 있을까? 심지어 우리의 운명과도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런 관심은 DNA가 발견되기 전부터 있었고 인류를 개조하거나, 나쁜 인종을 거르는 논리에 이용된 우생학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유전상담의 초기는 이런 역사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제, 생명윤리에 입각에서 환자중심주의, 공감적 소통에 중점을 둔 현대 유전상담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유전 상담에 대한 종합 개론서인 『유전상담의 역사』는 이 직업의 역사와 그것이 미국 의학사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한다. 저자는 유전 상담을 생명윤리, 의학 유전학, 기술, 장애학, 재생산, 양육이라는 다양한 분야의 교차점에 위치시킨다. 그 위치에 놓으면 유전 상담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보편적인 중요성을 지닌 주제라는 것이 드러난다. 저자는 유전 상담은 우리 삶에 깊게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분야가 미국 우생학 운동에서 비롯된 불편한 기원을 지녔다는 점에 대해 더 철저하게 성찰하고 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역사적 연결은 유전 상담의 실천, 이념, 목표에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카이브 자료, 유전상담사 인터뷰, 상담사와 내담자 간의 서신, 사진 및 이미지 등을 종합해 유전 상담이라는 직업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세라 로렌스, UC 버클리, 럿거스, 미네소타 대학의 문서, 존스 홉킨스 및 웨이크 포레스트 병원의 의무 기록, 공공 재단의 회의록과 보조금 기록, 의사와 상담사들의 개인 아카이브 및 편지들을 통해서 유전상담 프로그램의 역사를 썼다. 또한, 저자는 인터뷰 대상이 된 유전 상담사들의 개인적 경험을 강조하면서 유전 질환이나 진단이 자녀, 형제자매, 부모의 삶에 영향을 준 경험이 유전 상담 분야를 창설하게 만든 동기였다는 점을 드러낸다.
책 속에는 개척자들이 직면했던 내적 긴장과 갈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유전 상담의 우생학적 기반을 비판하면서도, 그 시대의 죄를 개별 의사나 상담사에게 돌리지 않는다. 그는 책 전반에 걸쳐 문제적 이데올로기와 원칙들을 지적하고, 명백한 인종차별주의자나 우생학자는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동시에 각 인물을 그들이 속한 시대적 맥락 안에서 이해하려 노력한다. 상반되는 다양한 관점들도 공정하게 다룬다. 예컨대 유전자 검사를 예방 수단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논쟁에서는, 장애를 순전히 사회적 문제로 보는 사람들, ‘장애(disability)’와 ‘쇠약한 손상(debilitating impairment)’을 구분하려는 사람들, 고통을 없애기 위해 모든 장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문제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다.
인구 통제와 유전적 차이라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의 진행된 인종과 연관된 논쟁, 그리고 입양 시 ‘인종’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문제. 다운증후군을 중심으로 유전 상담과 장애의 관계, 여성 상담사의 증가와 분야의 성격이 변화하는 모습 등을 차례로 조명하면서 장애, 우생학, 인종, 젠더, 생명윤리 등을 개별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교차점을 생명윤리와 산전 검사를 다루면서 한자리에 모은다. 유전자 검사의 우생학적 결과인 예방, 위험 분석, 장애 제거, 임신 중단과 같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한다. 진단기술은 현재에 우생학을 넘어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가?
학문적으로도 꼼꼼하게 연구했지만 읽기 쉬운 문체로 서술된 이 책은 유전상담사, 장애학이나 의학 전공 학생, 과학사 연구자, 예비 부모, 의사 등 다양한 독자층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독자에게 유전 상담의 역사-특히 ‘유전주의 사고의 어두운 측면’-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유전 상담이라는 분야와 그 종사자들이 21세기의 의학 기술과 확대되는 게놈 정보 앞에서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