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보수를 선택했는가》는 진보와 보수의 극단적 대립이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대화와 균형을 모색하는 지적 여정이다. 저자는 오랜 고민 끝에 보수를 선택한 이유를 인간 본성에 대한 현실적 이해, 진보의 신앙화에 대한 경계심,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인식, 자유와 질서의 상호의존성, 공동체의 중요성이라는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보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동시에 "신앙이 된 진보"의 위험성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데 있다. 저자는 오늘날 진보 이념이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일종의 "도덕적 우월성"의 상징이 되어, 다른 관점에 대한 배타성과 불관용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대학가의 "안전주의 문화"와 "취소 문화"를 예로 들며, 어떻게 진보적 가치가 역설적으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진보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진영 논리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 건강한 보수의 목소리를 제안한다. 저자는 보수를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규정한다. 그에게 "성찰적 보수(Protectism)"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사회를 포기하지 않는 자세다. 이는 낡은 것을 무조건 고집하는 수구와도, 혁신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진보와도 다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통적 보수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청년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용기다. 미래영향평가제, 재도전 인프라, 스마트한 정부, 지속가능성의 정치화라는 네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한 "성찰적 보수"는 21세기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다가오는 2025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나는 왜 보수를 선택했는가》는 이러한 시점에 2030 청년과 일반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진지한 제언이다. 진보와 보수 어느 한 편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균형과 대화를 꿈꾸는 이 책은 이념 서적에서 보기 드문 감성적 울림까지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