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중 시인의 시집 『내버려두기』(도서출판 글촌)가 출간되었다. 일상의 숨결 속에 깃든 실존적 고독과 희망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김차중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바람’, ‘시간’,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내면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신우선 한미영 작가가 직접 그린 30편의 시화가 시와 함께 장식되었다.
시집 『내버려두기』는 시인의 내면을 향한 깊은 사유와 자기 성찰을 담은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시가 세상으로 날아가는 작은 새가 되길 바란다”고 고백하며, 바람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시의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시집의 첫머리에 실린 「서시」는 실내에 갇혀 있던 시가 바람을 타고 창밖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통해, 억압된 현실을 넘어선 시적 해방과 존재의 새 출발을 암시한다.
박태건 시인(문학박사)은 해설에서 “김차중 시의 바람 모티브는 변화와 불확실성,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를 담고 있다”며, “사르트르가 말한 ‘현존재는 항상 자기 자신을 초월한다’는 개념을 시적으로 재현한 작품들”이라 평했다.
『내버려두기』에 수록된 「봄눈」, 「옥탑방」, 「계단」, 「구두」 등의 시편은 일상적 사물과 공간을 통해 실존적 체험의 진폭을 그려낸다. 삼월의 눈 내림을 통해 시간의 단절과 순환을 노래한 「봄눈」, 어린 시절 옥상에 대한 동경을 ‘자신만의 세계’로 재구성한 「옥탑방」, 존재의 오름과 내림을 발소리로 형상화한 「계단」 등은 인간 내면에 깃든 고독, 책임, 희망, 꿈의 미세한 결들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특히 시인은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자아를 꾸려가는 힘의 무대”라 말하며, ‘옥탑방’과 ‘낡은 구두’ 같은 사물을 통해 존재의 존엄과 의미를 성찰한다. 이렇듯 『내버려두기』는 삶의 미세한 진동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며,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계단을 오르도록 이끈다.
김차중 시인은 2020년 『월간 시』로 등단하여 문화감성 에세이 『책 한권 들고 떠나는여행』, 공동수필집 『우리는 외계인이 되었다』를 출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총무이사이다. 그는 삶의 구체적 풍경 속에서 실존의 언어를 길어 올리는 시 세계로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그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살아가는 존재들의 숨결을 시로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