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낮의 뜬 달』은 존재와 감정의 본질을 탐구하며, 인간 내면의 미묘한 결을 시의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데뷔작 『몽고반점蒙古斑點』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고유의 시선과 감각을 이어가되, 더욱 깊어진 사유와 성숙한 언어로 삶의 다양한 풍경을 그려낸다. 무심한 듯 던지는 한 줄 속에 담긴 철학, 일상의 작은 흔들림 속에서 길어 올린 시적 영감은 독자에게 감정의 울림과 정신적 사유를 동시에 안겨준다.
『낮의 뜬 달』은 총 10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랑’, ‘평화’, ‘윤회’, ‘순리’, ‘고독’, ‘존재’, ‘의미’, ‘슬픔’, ‘삶’, ‘죽음’이라는 주제 아래 시편들을 정갈하게 배치했다. 이는 곧 인간 존재의 전 생애를 시의 언어로 순환시키는 구조로, 한 편 한 편을 따라 읽는 동안 독자는 시인이 통과한 내면의 여정에 함께 발을 들이게 된다. 각 부의 제목은 단순한 주제어에 머물지 않고,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살아가는 태도를 드러낸다.
시집 곳곳에는 한창민 특유의 시적 화법과 깊은 정서가 녹아 있다. ‘사랑’의 장에서는 “사랑한다 말 한마디가 / 나를 일으켜 세웠구나”(「사랑(愛)」)라는 고백처럼, 언어 하나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의 미학은 감정의 직설적 진술을 넘어, 상징과 은유로 다져진 이미지에 있다. “금빛 비가 쏟아지는 날에 / 너를 안겠어 / 내 팔이 부러져도 상관없어”(「금빛 비가 쏟아지는 날에」)라는 구절은 사랑의 절절함을 황홀한 상상으로 형상화하며, “죽어가는 작은 세포 / 고독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세포 / 너도 모르게 사라져 가고 있구나”(「죽어가는 작은 세포」)에서는 인간 존재의 무상함과 생의 유한함을 차분히 노래한다. 시인의 문장은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시적 긴장과 언어의 조형성을 통해 독자를 시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낮의 뜬 달』은 삶의 이면을 비추는 달빛과도 같은 시집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감정의 파편들을 담아낸 이 시집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물론,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한창민은 이번 시집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시 세계를 견고히 하며, 젊은 시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또렷이 각인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