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결코 안온한 평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문화와 인종, 사상이 마주치고 충돌하고 섞이는 ‘경계의 공간’에서 더 자주, 더 깊이 태어났다.
그렇기에 한반도와 뉴욕은, 전혀 다른 대륙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지닌다.
첫째, 지정학적 중심지라는 운명.
둘째, 분단과 다문화라는 공존의 실험.
셋째, 상징 도시(서울과 뉴욕시)의 강력한 발신력.
넷째, 역사적 전환점을 관통한 장소. 그리고
다섯째,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문명의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끝자락이자 대륙과 해양이 교차하는 반도로, 수천 년 동안 외세와 문명 간섭 속에서도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낸 지역이다. 반면 뉴욕은 유럽의 끝이자 아메리카의 관문으로서, 자본과 이민,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가장 현대적인 도시이다.
그러나 이 두 도시가 ‘경계’라는 같은 출발선상에서 문명적 긴장과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점은, 지금 우리가 다시 문명을 성찰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책은 도시를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닌, 문명의 거울이며 발상지로 바라본다.
그 속에 축적된 기억, 흔적, 목소리, 질문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한반도와 뉴욕이라는 두 도시가 어떻게 ‘문명’이라는 이름의 무형 자산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탐색할 것이다.
문명은 단지 과거의 찬란한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라는 몸을 입고 생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