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이미지로 살아온 한 여성이
나만의 언어로 ‘아름다움’을 말하게 되기까지
열다섯 살에 모델로 데뷔한 이후 1990년대를 상징하는 슈퍼모델로 자리매김한 폴리나 포리즈코바는 오랫동안 보여지는 삶을 살아왔다. 매달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글로벌 모델이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스타 부부의 아내. 이러한 그녀에게 ‘아름다움’은 경력, 생존, 정체성을 대변하는 키워드였지만, 동시에 감정과 주체성을 지워버린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러한 이미지의 균열 속에서 ‘진짜 나’의 얼굴을 찾아가기 위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왜 아름다워야 하는가? 아름답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아름답지 않으면 나는 누구인가? 아름다움은 나이가 들수록 사라지는 가치인가?’ 그리고 마침내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만의 서사로 풀어낸다. “저마다의 순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여자도 마찬가지다.”라고.
충만과 결핍, 기쁨과 슬픔이 맞닿은 삶을 끌어안으며
나를 찾아가는 용기 있는 여정에 대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상실과 좌절, 실패와 분노를 여과 없이 기록하면서도, 그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리고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억누르기보다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 내린 이민자의 딸이자 세계가 주목한 슈퍼모델, 화려한 커리어 뒤에 자리한 성적 대상화, 사랑했지만 이해받지 못한 결혼 생활, 이혼 소송 중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움과 배신감이 뒤섞인 상실, 새로운 사랑과 이별이 교차한 중년을 통과하기까지. 그녀는 그 모순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내 고통과 사랑의 역사가 함께 모여 나를 붙잡아준 것”이라고 말하는 고백이 울림을 주는 이유다.
그 진실한 고백은 수많은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출간 직후 “뷰티 산업, 젊음에 대한 집착, 대중 앞에서의 노화, 그리고 페미니즘까지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인물”, “통찰력 있고 따뜻하며, 끊임없이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한 여성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나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녀는 끝내 독자에게 말한다. 스스로 선택한 삶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겠다고, 그 결심이야말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의 시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