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일, 대법원은 대통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었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졌다. 이 판결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내려진 것으로,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2024년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 이르는 유례없는 정치적 격동 속에서 조기에 치러지게 된 선거 직전의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특별한 사건이 되었다.
민주사회에서 사법부의 중립성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자. 법치주의 아래서 사법부는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에 흔들림 없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법 앞의 평등과 재판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토대로서, 특히 선거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일수록 사법부가 흔들림 없는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번 이재명 사건은 사법부의 이러한 중립성과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저번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두고 무죄를 선고한 반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권자가 올바른 정보를 접할 권리를 강조하여 유죄 판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처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선거의 향방과 국민의 권리가 달라질 수 있기에 법과 양심에 따른 사법부의 중립은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라 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사법 중립의 중요성!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원은 최후의 보루로서,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쟁점으로부터 독립된 판단을 통해 사회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선거 기간 중에 진행된 이 사건의 재판은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과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진행되었다. 특히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전례 없이 최단기간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고 판결을 내린 점은 우리나라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사법 정의의 신뢰와 법원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켰다.
판결 선고 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었고, 사법부를 향한 불신과 반발이 일어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치주의 수호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법원이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이 상반된 반응은 모두 사법부의 결정이 우리 민주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사법부가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결국, 사법부의 어떤 판단이든 국민이 이를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그 판단이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법리와 양심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
이 판결문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일부 대법관들이 밝힌 소수의견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란 중요한 사건에 대해 대법관 전원이 모여 토의하고 판단을 내리는 형식을 말한다. 다수의견이 이번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이끌었지만,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이 판결에 이르는 과정의 문제점과 사법 절차의 본질에 대해 의미 있는 의견을 적시했다. 소수의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핵심)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에 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대법관 각자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독립적 지위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펼치고, 동료들과 깊이 있게 토론하며 합의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정의 실현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충분한 토의 과정을 거쳐야만 재판의 충실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데, 소수 대법관들은 이번 사건에서 그 과정이 충분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소수의견은 전원합의체 심리가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며,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대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간에 당사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거를 제시할 의무가 있는데 지나치게 서둘러 결론을 내놓을 경우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흥구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해님과 바람〉 이솝우화를 인용하여, 설득과 신중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찬 바람이 외투를 벗기지 못했지만, 따뜻한 햇볕은 옷을 벗게 만들었듯이, 설득의 힘은 ‘온기’와 ‘시간’에서 나온다는 비유이다. 즉 설득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숙고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고 내려진 결론은 겉보기의 공정성 논란도 초래할 뿐 아니라,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과정의 정당성과 충분한 숙의가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소수의견을 낸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이러한 원칙을 환기함으로써,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법률 해석의 엄격함과 신속한 판단을 통해 선거의 공정을 강조했다면, 소수의견은 사법 절차의 충실성과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균형 잡힌 성찰을 촉구한 것이다.
역사에 기록될 최단기간 전원합의체 판결!
대통령 후보 이재명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단기간 판결은 국민들에게 법원의 역할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다. 법률적으로도 이 판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해석과 한계를 둘러싼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고, 표현의 자유와 공정선거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판단할지에 대한 선례가 되었다. 동시에,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룰 때 어떠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을 남겼다. 그 교훈이란 바로 “법원은 언제나 중립을 지키며, 충분한 숙고를 통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