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지폐로 무엇을 기억하고
지폐는 역사를 어떻게 새기는가?
지폐에는 왜 그 인물이 있을까?
지폐 도안 속 인물로 읽는 교양 세계사
각 나라의 지폐 도안은 그 나라가 지향하는 인물과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척도다. 지폐 도안을 이해하면 국가적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고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지폐를 ‘무언의 외교관’이자 ‘제2의 국가’라고 부른다. 각 나라별로 지폐에는 어떤 인물을 새겼을까? 그리고 지폐에 그 인물이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돈의 척도이자 현금자산의 중요한 수단인 지폐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예술작품이며, 그 안의 인물은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우리는 지폐 도안을 통해 국가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지폐는 국기 다음으로 국가를 대표한다. 지폐 도안에는 국가의 역사적 역동성과 문화적 우수성,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각인되어 있다. 특히 그 안의 인물은 국민적 자부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외교관’이다.
전 세계 지폐의 대부분이 앞면에 인물 초상을 그려 넣었다. 인물 초상이 지폐 도안으로 인기 있는 이유는 그 나라를 가장 쉽게,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인물의 위엄과 업적이 지폐의 가치와 국가적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폐 속 인물은 그 나라를 빛낸 걸출한 업적과 국민에게 존경받는 품성을 지녔는지가 선정 기준이다. 국왕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존 인물보다는 충분한 역사적 검증을 거친 인물이 자리한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지폐 도안 속 의미
지폐에는 왜 그 인물이 새겨져 있을까?
유럽 지폐에는 각 나라의 정통성과 역사적 우월성,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후 영국에서 달라지는 점 중 하나는 찰스 3세 국왕의 초상화로 디자인된 지폐로 바꾼 것이다. 영국의 모든 지폐 앞면에는 국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각 지폐마다 영국의 정치가나 작가, 문화예술인, 경제학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영국의 국가적 상징을 앞면에, 각 분야에서 국가적 업적을 세운 이들이 뒷면 도안을 차지한다.
프랑스는 지폐에 정치인의 얼굴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 작곡가 드뷔시, 작가 생텍쥐페리, 화가 폴 세잔을 그려 넣었으며, 독일 지폐에는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지폐에는 작곡가 벨리니, 조각가 베르니니, 화가 라파엘로 등 예술인이 등장한다. 스웨덴의 새 지폐에는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비롯해 20세기에 활약한 스웨덴 문화계 인사들이 모델이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지폐 앞면에는 넬슨 만델라의 인물 초상이 앞면을, 뒷면에는 남아메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물소 등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로 남아공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며, 5종의 동물은 남아공 정부에서 적극 보호 중인 야생동물들이다.
지폐 도안이 된 인물들과 그들을 통해 본 세계사
《역사가 지폐를 만날 때》 유럽·아프리카 편
국왕이나 정치 지도자가 주로 등장하던 때에서 벗어나 작가, 음악가, 과학자, 배우를 도안에 넣는 나라가 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반영한다. 위폐를 막기 위한 최첨단 기술력 역시 지폐 안에 숨 쉬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지폐를 통해 그 나라의 역사 흐름을 살펴보며, 역사가 지폐에 무엇을 새기고 지폐는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는지 들여다본다. 신화적 존재에서 전쟁 영웅, 정치인에서 문화예술인, 그리고 작가와 과학자, 배우에 이르기까지 지폐 도안으로 한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읽으며, 그 나라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이해한다. 함께 떠나보자. 지폐가 품은 세계 역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