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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헐렁하게 사랑하든지

더 헐렁하게 사랑하든지

  • 이사라
  • |
  • |
  • 2025-05-08 출간
  • |
  • 184페이지
  • |
  • 127 X 208 X 11mm
  • |
  • ISBN 978898218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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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하나둘 떠나고

익숙한 것들 사라지고

우리는 남은 것들 틈에 끼어 산다

뇌는 쪼그라들어도
생각은 많은데

그래도
살아남은 자가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자인데

이 어지러움과 불안과 책무가
떠나는 날이 오기는 오나

누구나 그렇듯
눈꺼풀이 닫히면 세상이 없어지는데

나 없으면 세상도 없는데

기억이 먼저 사라지기 전에
우리
헐렁하게 더 헐렁하게 사랑하든지
—「텅 빈 주머니처럼 헐렁하게」, 전문

‘더 헐렁하게 사랑하든지’로 마무리되는 이 시는 이 시집의 궁극적인 전언으로 보아도 좋겠다. 하나둘 저세상으로 떠나고 익숙한 것들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남은 것들 틈에 끼어 산다’. 이 틈을 메울 방도는 없다. 틈이 초래하는 ‘어지러움과 불안과 책무’는 어쩔 수 없는 존재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연을 정리하는 어구, 즉 ‘(……) 떠나는 날이 오기는 오나’에 드러나는 핀잔 섞인 체념의 톤은 이를 가능하다고 믿는 모든 종류의 서정적 초월과 낭만적 허위에 유머러스한 냉소를 선사한다. 말년에 이른 노대가 이사라의 전언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나 없으면 세상도 없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세상의 부분일 뿐이다. 나와 너는 세상의 틈에 끼어 살아간다. 그러니 이 틈을 메우려 애쓰며 나의 몸을 소진하지 말자. ‘헐렁하게, 더 헐렁하게 사랑하든지.

목차

시인의 말

1부 | 나는 늘 부분이었다. 그래도
기록자
유목
울컥
이 세상 끝까지
텅 빈 주머니처럼 헐렁하게
고고학자인 당신께
실존
긴장
피붙이
자화상
눈물은 신이 주는 것
영면 직전에
운명
몸이 그렇게 슬픈 건데
꿈을 꿨어요
콧물이 흐르는 시간
황혼
누운 꽃도 아름다워
작품
그 손이 그립다

2부 | 안에서 만져지는 몽글몽글한 슬픔
살고 싶어서

나의 가슴에게
사랑이라는 울먹임
당신은 품어야 당신인데
흠뻑 젖는다는 것
구름 너에게
낡은 부부
그의 얼굴
그게 다 사랑 때문이야
안에서 만져지는 몽글몽글한 슬픔
역사관 앞에서 생각하네
틈새
연분
종교적

3부 | 마음이 깊을수록 침묵의 바닥 위로 쌓이는 것들
어떤 인생
지금 보니
하산할 때
한 편의 다큐로 끝날 수 없는
봄날 그 사람
추억이 서로 다른
기일
더 여린 것들
우는 일도 일인데
등 뒤의 길
청춘에게
2020년의 침묵
간절하다
사람들
유언

4부 | 이제 우리는 멈춰야 한다는데
멍울 하나
낯선 사람
저녁에 찍히는 사진
유족의 밤
누구나 이별
꽃잎이 떨어지는데
어쩌다 깊은 생각
많이 아픈 당신에게
폐가의 기도
옛 무덤
발의 세계
그래요 이제는
이제는 이 꽃
그 끝에는
몸이 된 내가

5부 | 서로 마음이 마음에 닿을 때까지
내공
내 주소는요
미물
용산역
100번 버스 정류장에서
이 바닷가
카페 OMG!
문이 있던 집
알래스카 가는 사람들
끊임이 없이
귀가
꿈결
꽃 아닌 것들이
절대적으로 사랑한다
멍 한 덩이

해설 몸의 세상, 세상의 몸, 그 헐렁한 슬픔을 향하여 |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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