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왜 갑자기 문해력이 낮아졌을까?
문해력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장에서 보고서나 일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인크루트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현대인들의 문해력 수준이 낮아졌는지’를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벌였고, 응답자의 89.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 이유로 독서 부족을 선택했다. 여기에 유튜브나 숏폼과 같은 영상 시청도 한몫한다고 덧붙인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책이나 신문을 들고 있었다면, 요즘은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글과 멀어졌다.
혹자는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제 긴 분량의 글을 읽느냐고 반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수많은 정보는 길든 짧든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수준 높은 문해력이 필요하다.
읽고 더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다는 착각》은 글을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글을 읽고 나서 더 잘 이해하려고 할 때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자신이 이미 안다’라고 여기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을 처음 대하면 무척 낯설다. 어떻게 ‘아는’ 상태가 장애가 되는 걸까?
저자의 주장은 사실 간단하다. ‘안다’고 생각되면 더 깊이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른다’고 생각되어야 이해하기 위해 다른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저자는 다시 한번 주장한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정말 알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을 ‘안다는 착각’ 상태라고 명명한다. 이렇게만 보면 저자의 주장이 더 낯설어진다. 왜냐하면 ‘안다’는 ‘모른다’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데, 착각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어떻게든 자신이 ‘안다’라고 여기는 상태를 부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며, 그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가 ‘안다’라고 생각했던 오류의 가면을 철저하게 벗기고 있다. 이 책의 흐름을 순서대로 따라가면 ‘안다는 착각’이 더 잘 읽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을 아주 깊게 납득할 수 있고, 여기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도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깊이 읽는 독해력의 기술을 담은 책!
책은 다양한 지문을 통해 ‘안다는 착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안다는 착각’이라는 상태가 ‘읽기’에 깊이를 더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는 것과 보다 상세한 문맥을 구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지를 알아두고, ‘읽기’에 깊이를 더하려면 읽는 이의 ‘상상·가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에는 정합성이라는 조건이 존재해야 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안다는 착각》은 짧은 이야기로 시작해 각 장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다양한 착각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착각에 적합한 현명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5장에서는 대학입시센터 시험 문제를 예시로 들면서 국어 교육의 허점까지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안내하는 깊이 있게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읽기 깊이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그동안 내가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하던 방식이 얼마나 오류였는지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비판적으로 읽고, 기술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는 물론이고, 독해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