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백궁으로』는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저자가 삶을 돌아보며 써내려간 시와 산문집이다. 김범준은 75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80세에 이 책을 출간했으며, 그의 글에는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얻은 깊은 성찰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영적인 깨달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시 모음이 아니라, 한 인간의 생애사와 철학, 종교적 체험이 교차하는 삶의 연대기다. 자연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기억은 서정적이면서도 정직한 언어로 펼쳐지고, 허경영 신인을 중심으로 한 종교적 사유는 개인적인 영적 고백을 넘어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의 문제의식을 던진다. 특히 ‘백궁’이라는 종교적 상징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저자의 기대와 믿음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요소로, 기존 문학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산과 바다, 백궁으로』는 세속적인 성공과 실패, 종교와 신념, 기억과 그리움, 자연과 인생이 뒤섞인 한 편의 서사시와 같다. 특히 김범준 특유의 순수하고 투명한 문장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무거운 철학 대신 가벼운 고백처럼 다가오며 마음을 여유롭고 따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젊은 세대에게는 성찰과 질문을 건네는 귀한 문학적 선물이 될 것이다. 자연과의 조화, 영혼의 평화, 인간 본연의 길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