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울보의 《시랑노랫말》은 시인의 시선으로, 인생의 여러 장면을 유쾌하게, 때로는 깊은 체념으로 써 내려간 생활 시집이다. 이 책은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다. 살아온 시간을 말장난처럼 풀어내며, 때론 눈물겹고 때론 쿡 웃음이 새는 유쾌한 체념이 시 전체를 관통한다.
시집 전체의 분위기는 잔잔하면서도 명랑한 회상록과 같다. ‘말장난’ 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생활 시’ 같지만 시적 깊이가 담겨 있다. 박울보 시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언어로, 그 시절의 아이들과 지금의 어른들이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전한다. 시집의 전반에는 “살아 보니 다 그럴 수 있지.”라는 너른 마음이 흐른다. 그 따뜻한 시선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런 정서가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바로 「홀로 사랑(편련)」이다.
홀로 사랑(편련)
너의 세계로 들어가
나만의 당신이 되어
세작 맛을 보여 주곤
눈과 귀도 멀었었다
당신께 잘 보이려고
않던 화장 향수 치고
애완 선물 주고받고
너무 일찍 흑심 들켜
만나길 멀리한 그대
세월 흘러 겨우 찾아
마음 꺼내어 보지만
실소 금치 못하였죠
어째야 너의 당신이
될 수가 있는 걸까요
이 시는 짝사랑의 어리숙함과 지나간 감정에 대한 쓸쓸한 되돌아보기를 다룬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어째야 너의 당신이 될 수가 있는 걸까요”라는 자문은 연애의 본질이자, 시인의 고백처럼 읽히기도 한다. ‘실소’라는 단어에 담긴 자조가 곧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이며, 시집 전체가 품은 유머와 따스한 체념의 집약체다.
결론적으로 『시랑노랫말』은 시라는 장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편견을 단박에 지워 준다. 친근한 말투와 다정한 시선으로 누구나 웃고 울 수 있는 ‘생활의 언어’로서의 시를 제시한다. 이 시집은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또는 한숨을 유쾌하게 웃어넘기고 싶은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