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육아, "평균"이 아닌 "최선"이라는 결승선을 향해
영화와 드라마 등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에 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상동행동(의미가 불분명한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것), 제한되고 반복적인 관심사, 자기만의 규칙과 루틴. 이러한 특성 때문에 흔히 자폐인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경험한 다온이의 세계는 생각보다 그리 답답하지 않았다. 질서정연하고, 다채롭고, 안전하면서도 흥미로운 일들이 가득한 세계에 아이는 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엄마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 아이는 자기 세계에 갇힌 게 아니라 두 개의 세계를 살고 있는 아이다. 그래서 나의 세계에서 혼란을 겪는 거라고. 그러니 이렇게 배워야 할 게 많은 거라고.
- ‘프롤로그’ 중에서
그리고 다온이에게 보이는 자폐스펙트럼의 특징을 저자는 ‘자폐아로서의 특징’이 아닌, 다온이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더 나아가 또래의 발달을 따라가서 ‘평균’이 되는 것이 아닌, 다온이가 될 수 있는 ‘최선’을 목표로 삼기를 다짐한다. 그래야 결승선이 없는 레이스를 끝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픔이 고통이 아니고, 불운이 불행이 아닌 이유
매일 아이의 치료센터 라이딩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부족한 생활을 하면서도, 감정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도 이를 고통이나 불행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다온이와 저자를 돕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마다 ‘진인사대천명(사람은 해야 할 일을 할 뿐 나머지는 하늘의 뜻이다)’을 내세우며 저자를 일으켜 세운 사람은 바로 남편이었다. 때로는 아이를 원망하는 저자에게 어떤 조언도 비난도 하지 않고 “가서 한숨 자고 오라”는 친정엄마도 있었다. 다온이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의 사랑과 사명감에는 초등 교사인 저자마저도 감탄하고 만다. 치료사 선생님, 첫째 아이, 셋째 아이, 친구, 이웃, 때로는 노을과 개미까지도 도움을 주었다.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저자 또한 ‘좋은 사람’으로 살고자 노력하기로 한다. 기약 없는 행복을 바라기보다는 그 편이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방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민들레 꽃씨를 불듯 작은 친절을 세상 어디로든 불어넣는 거다. 무수한 꽃씨들 중 어느 하나는 많은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내 아이의 마음에 내려앉아 주길 바라면서.
- “친구라는 이름의 축복” 중에서
행복은 늘 나를 비웃듯 모래처럼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달아났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오직 나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행복해지는 것과 달리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어서 좋았다. 신기하게도 행복을 포기하자 소소한 행복들이 들꽃처럼 피어났다.
- ‘에필로그’ 중에서
다온이의 엉뚱한 매력에 웃음 짓고, 가족들의 노력에 눈물지으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작은 민들레 꽃씨가 내려앉아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