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음향의 접점
기억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음악을 듣는다는 건 결국 그 감상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동적으로 음악을 듣고 다시 음악을 들을 때 기억 속 감성의 재현은 늘 가능할까. 음악 감상 당시의 여건이나 마음의 상태에 따라 감동의 진폭은 한없는 격차를 보인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 북’의 목적은 음악의 완성도와 사람이 지닌 청각의 영역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음반을 골라 독자에게 소개하는 데에 있다. 개인의 취향은 매우 다양해서 그 필요를 완벽히 채우기는 불가능한 것이지만, 음반을 선정하는 과정이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혹 선정 음반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음악 감상을 취미 삼는 청자 개개인이 고음질 명반을 고를 수 있도록 고려사항을 다양한 각도로 깊이 있게 제시한다.
우리 음반, 해외 음반, 레퍼런스, 컴필레이션
《고음질 명반 가이드 북 Vol. 3》은 이전과 좋은 소리를 담은 명반을 고른 책이다. 다만 선정에 있어서 Vol. 3은 약간 변화가 있다. 바로 ‘우리가 만든 우리 음악 50선’을 따로 꼽아 ‘국내 음반’으로 앞부분에 배치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리 음악이 가지는 정서적 보편성을 그간 간과했기 때문이다. 가령 ‘아리랑’ 같은 음악이 가지는 힘이다. 우리 내부에 숨겨져 있지만, 호출하면 언제든 일깨워지는 감성을 소리의 원초적 힘은 가로지른다.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일반 가요의 선정과 더불어 퓨전을 포함하는 국악을 선정한 이유다.
저자가 오디오를 처음 들을 때 테스트용으로 사용하는 음반을 레퍼런스로 따로 모아 챕터를 만들었다. 감상자 스스로가 좋아하는 소리만 들으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객관화가 어렵다. 내가 꼭 좋아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특징이 뚜렷한 소리를 들어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음악과 사운드를 찾을 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레이블의 컴필레이션을 모은 이유는 레이블마다 가지고 있는 소리에 대한 일관된 가치, 그리고 그 가치의 테두리에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철학을 어떻게 사운드에 녹여내는지 들어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레이블이 고민해 음반에 담은 음악과 음질은 우리가 앞으로 오디오를 하면서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 북 시리즈
‘Annapurna’s Record Guide Book Series‘의 발간 취지는 선정한 명반을 설명하고, 호소해서 독자의 동의를 구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저자가 추구하는 명반이 개인의 취향에 한정해 감상을 공유하는 데에 있지도 않다. 개인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하고자 하며, 그 보편성에 도달하는 기준과 원칙 묻고 요구해 컬렉터나 전문가가 책을 집필하고 출판한 시리즈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공감하는 기준과 원칙으로 독자만의 명반의 세계로 가는 길잡이가 되고, 독자들이 선정한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어서 지친 삶 속에서 음악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