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아야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늘고 있다. 한때는 드문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이제 주변에 이런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완치를 기대하기보다 꾸준히 다스리며 살아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병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일단 병이 복잡하다. 복통, 설사, 영양실조, 체중 감소, 출혈 등 장에 관련된 증상이 다양할 뿐 아니라, 관절, 피부, 눈, 빈혈 등 장 바깥에서 일어나는 증상도 많다. 초기에 좋아져 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재발을 반복하거나 꾸준히 나빠지는 환자도 있다. 진단은 내시경이 필수이고, 이 과정에서 질병 활성도를 결정하는데, 이 역시 의학에 문외한인 환자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치료는 계속 새로운 약물이 나오고 있어서 전문가인 의사들조차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두 번째 걸림돌은 의사들이 차분히 설명하기에 진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의료의 특징상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3분 진료를 피하기 어렵다. 읽기 쉽게 씌어진 지침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가 알기 쉽게 쓴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지침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이자 서울의대 교수인 저자는 그간 염증성 장질환 전문 클리닉에서 약 2천 명에 이르는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진료했다.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지에 주저자로 약 60편, 공저자 논문까지 포함해 230편 이상의 의학논문을 출판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주요 의학상을 여럿 수상할 정도로 진료와 연구 양쪽에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전문가다.
그러나 그 역시 3분 진료의 함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3분 정도 환자를 보아서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노릇이었다. 저자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인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크론병・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한국형 지침서
서양에는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이 우리보다 흔한 편이라 훌륭한 지침서가 여러 권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 의료 현실과 환자들의 생활 습관, 사회와 제도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쓴 한국형 지침서다. 증상과 진단, 치료, 합병증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은 물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의료기관과 의사를 선택할 것인지, 대변 이식, 프로바이오틱스와 대체 요법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재발했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임신과 출산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 환자와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최신 정보를 빠짐없이 담았다. 의료비는 어떻게 지원받고, 소득공제는 어떻게 처리하며, 병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오래도록 환자를 진료해온 저자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만성질환은 큰 어려움이다. 그러나 병을 바르게 이해하고, 병과 친구가 된다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최고의 전문가가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려는 마음으로 쓴 책으로 병을 다스리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