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법이 당신 편이 아닌 순간에도
여전히 당신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차가운 법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채워 간 682일의 기록
아동 추행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다녀오니 가족들은 다 이사가 버리고 어디 하나 자신을 받아 주는 곳이 없어 노숙자가 되었다는 남자. 그는 억울하게 옥살이한 것은 보상받을 수 없더라도 가족은 되찾고 싶다며 변호사를 찾아왔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임신한 몸으로 집을 뛰쳐나와 과거를 숨기고 재혼한 여자. 뱃속의 아이를 차마 입양 보낼 수 없어 현재 남편의 아이인 양 키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남아 있는 50년 전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지 묻는다. 괴롭더라도 자신만 입을 다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행자와 부딪쳐 상해를 입힌 의뢰인은 지체 장애가 있다. 기초수급 70만 원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400만 원의 벌금과 2000만 원의 민사소송 보상금을 마련할 돈이 있을 리 없다. 노역이라도 해서 벌금을 내고 피해를 보상하고 싶지만, 불편한 몸을 그렇게 죗값을 치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벌금을 감경해 주십사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게 된 이유다.
사람은 이름 따라간다더니, 어려서부터 ‘수이한’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던 저자는 변호사가 되어서도 기막히고 억울하고 엉뚱한 사연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출생의 비밀’부터 보이스피싱, 깡통주택 전세 사기, 사생활 동영상 유포, 명예훼손, 파산/회생 등 평범한 사람들이 살면서 겪을 법한 불운할 일들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언뜻 흔하고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이는 사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라마 같지 않은 인생이 없다. 법적으로는 판단이 분명하나, 인간적으로는 잘잘못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도 많다. 배가 고파서 마트에서 즉석밥과 라면을 훔친 현대판 장발장 같은 어르신, 살아서 평생 가족들에게 짐만 된 아버지의 장례 치르기를 거부하는 자식을 뭐라고 나무랄 수 있을까. 법은 옳고 그름과 유무죄를 냉정하게 가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게 무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알고 보면 저마다 안타깝고 어찌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그러니 내가 그 삶을 살아보지 않고는 어떤 것도, 그 누구의 삶도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법이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세상만사를 해결해 줄 수는 없기에 법 또한 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2006년 대전고등법원의 한 판결문에서는 법을 기성복에 비유했다.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모든 사람이 그 옷에 맞을 리 없는 것처럼, 법의 이성에도 빈틈이 있다면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사람의 사랑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사랑이라고 해서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 인생에 시린 겨울이 닥칠 때, 저자가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듯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것, 힘들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민 손을 붙잡기도 하며 그 계절을 무사히 헤쳐 나가는 것이다. 저자의 믿음처럼, 이 책에는 고단하고 팍팍한 사연들 사이로 곳곳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하다. 의뢰인들이 수임료 대신 놓고 간, 갓 쪄 낸 고구마와 손수 튀긴 오징어 튀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