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둘러싼 거대한 지각변동
독자는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춰야만 한다
이 비평집의 1부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는 ChatGPT 출현 이후 생성형 AI와 문학의 관계, 그리고 AI를 둘러싼 문학의 비판적 사유를 다룬다. 2부 ‘포스트휴먼 스토리월드’는 인간을 넘어선 인간, 혹은 새로운 신인류인 포스트휴먼과 이들이 살아갈 포스트휴먼 세계를 다룬 글들을 모았다. 3부 ‘과학/소설, 혹은 상상공학’은 SF에 관한 글들, 과학과 문학의 소통을 다룬 글들을 엮었다. 4부 ‘바벨의 디지털-도서관’은 짧은 서평과 북칼럼들이다. SF와 포스트휴먼 관련 소설에 대한 리뷰를 모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소설’과 포스트휴먼 및 인류세 관련 문학서와 인문사회과학서를 다룬 ‘인류세 시대의 포스트-인문학’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프롤로그-고무 오리, 기게차, 그리고 러다이트-AI 이후 글쓰기와 예술」, p. 18)
AI는 창작 분야 외에도 우리 일상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은 개인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작품을 선별하고 추천한다. 이때 AI의 역할은 추천하는 것으로 그친다. 작품을 선택하고 감상과 판단을 이어가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켄 리우는 단편소설 「진정한 아티스트」에서 “AI가 인간보다 탁월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지만 결국 감상은 인간의 몫일 수밖에 없다”(p. 10)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SF는 과학기술의 발달이라는 밝은 전망 속에 형성되었고 인간은 보다 완전한 삶을 꿈꾸며 이 모든 것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삶의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을까. 해마다 전에 겪지 못한 자연재해 속에서 새로운 질병과 함께 싸우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이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된 것과 별개로 그 이면에는 지적,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문학작품, 그중에서도 SF를 감상하고 향유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로 세계는 인류의 고통을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영미권을 중심으로 하는 SF 장르는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인도 등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또 “타자에 가까웠던 여성과 비인간(탈인간중심주의)”(p. 178)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국경을 초월한 문학에 대한 관심은 한국 문화와 한국 SF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테드 창의 말처럼 “예술이란 무수한 선택의 과정”(p. 16)이며 이는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AI 예술가가 등장한 시대에 ‘진정한 아티스트’가 설 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해 묻는 이 책, 『소설 쓰는 로봇』은 기술과 문화가 함께 나아가는 오늘날에 자기만의 관점으로 예술을 감상하고 비판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