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자처럼 가볍게, 그러나 진심으로 살아가는 법
- 제주에서 새롭게 시작한 인생의 또 다른 이야기
- 그 노정에서 펼쳐지는 단단하고 사랑이 충만한 삶의 기록
『여행자 기분으로 제주에 살다』는 제주 이주 8년의 삶을 토대로 삶에 대한 성찰과 자연 사랑, 인간관계와 신앙의 의미까지 아우르는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제주 이주 기록이 아니라,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한 한 인간이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긍정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일본에서의 체류 경험, 과거의 직장 생활, 고통과 질병을 견뎌온 세월, 가족 이야기 등을 통해 삶의 굴곡을 천천히 조명한다. 때로는 프로야구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때로는 봉천동의 재래시장에서 ‘사람 냄새’를 기억한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인생의 다양한 색채를 반영하는 퍼즐 조각처럼 느껴지며, 독자는 그 조각들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책의 중반부에서 독자는 ‘여행자 기분’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태도에 주목하게 된다. 제주의 자연과 함께 하며 제주 것을 누리는 동시에, 관찰자적 거리에서 삶을 바라보는 그 시선은 고요하고 겸손하다. 저자는 걷기를 통해 자연과 대화하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관조한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는 단지 기록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젊은 시절 문학청년이었던 작가가 노년에 이르러 다시 펜을 들며, 인생의 커튼콜을 준비하는 모습이 자못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이 책은 ‘여행자처럼’ 산다는 것이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음미하는 자세임을 말해 준다. 제주라는 지리적 배경 위에 펼쳐지는 이 서사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쉼’과 ‘회복’에 대한 갈망에 응답한다. 『여행자 기분으로 제주에 살다』는 조용하지만 울림이 있는 한 권의 인생 수필로, 읽는 이의 마음에 여백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