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정답을 찾아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고 누구나가 바른길이라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어느 것이 바른길인지… 세상의 흐름대로 흘러가며 몸을 맡길 뿐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의 이치를 꿰뚫지도 못하고 내 앞을 보지도 못하는 처지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이 나온다고 한다. 꿈속에서 이루어진 일 같다. 오랜 세월을 두고 하나씩 돌아다니는 말에다가 의견을 조금 낸 것인데 부끄러운 일이다.

行住坐臥語默動靜에서 불현듯 영감이 생기면 하나씩 옮기거나 적어놓은 것들이다.
우연히 떠오르는 생각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요령은 어느 때는 필요하지만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곤 한다.
나는 지식도 짧고 아는 것도 없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그냥 쓴 것 뿐이다.

지금의 세상은 매우 혼란한 상황에 빠져있다. 대통령의 계엄과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 속에서 설왕설래가 사회의 이슈가 되어 있는 기이한 현상 속에 있다.
하긴 언제나 우리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로 연출되고 있다.

메시지의 역할이 없으면 글의 생명력이 짧아진다는데 그런 것도 안중에 없다. 민중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승려의 신분으로 신앙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내적치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기 때문에 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갈수도 있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새가 두 날개가 없으면 날 수가 없고 수레도 두 바퀴가 건재해야 짐을 싣고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신앙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둘 열 백 천 억 등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것을 우리는 기도를 통하여 알 수가 있었다.

인생이 불안하기 때문에 초월적인 것에 심취하고 열광하며, 섬뜩한 이야기에 마음 졸이며 이상한 대안에 숨죽이고 긍정하고 있다.

불안한 것은 과연 무엇이고 두려운 것은 어느 놈의 장난인가? 모든 것이 마음의 평안이 있다면 행복이 오는 것이고 마음의 불안은 절망을 잉태하는 것이다.
돈이 많고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절망함이 없고 돈 없고 노숙자로 사는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 속에서 살고 있는가?

미로 찾기 같은 게임을 하다보면 나가는 곳에서 역으로 가면 쉽게 가는 길을 찾는 경우가 있다.

인생도 뜻밖의 장소에서 평안함을 찾을 수도 있고 위안을 받을 때도 있다. 내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나의 뒤를 노릴 수도 있고 반대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어느 잣대로 잴 수 있을 것인가? 내 신앙으로 조건이 맞는다면 무조건 옳고 반대면 무조건 틀리다고 하는 것은 이제는 식상한 것이다.
아! 백락이 아니고서는 천리마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니 우리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의지하면 길이 나타날 것인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시인은 ‘그 꽃’에서 인생이 잘 나갈 때는 보지 못하던 문제점들을 인생의 내리막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비로소 문제점이 발견된다고 본 것일까?
우리가 지나쳐온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가져야겠다.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