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호명하는 그녀의 방식은 쓸쓸하고 아름답다. 수평선 너머로 붉게 물드는 생生의 성찰과 혜안이 깃들었다. 그리움의 노래로 홀연히 들리는 그녀의 시법은 아득하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그녀의 시는 다가간다. 「흰머리 소녀의 꽃 잔치」는 아련하기도 하거니와 서늘도 하다. 인도 여행 시는 생사의 깊은 인식에 닿아 있다. 이야기와 직유로 풀어내는 그녀의 시는, 깊은 체험에서 나온다. 그녀의 시는 때로는 구체성을, 때로는 추상적 세계를 넘나들며 조곤조곤 바람의 말을 전한다. 좋은 시는 삶과 유리되지 않는 절실한 그 무엇이 있다. 그녀의 시는 관념이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이미지와 묘사를 끌고 간다. 말의 유사성을 통해 행간을 직조해 나가는 그녀의 시는, 행복과 기쁨을 선사한다. 「꿈 꾸는 노망」은 웃음과 희망을 준다. 「사모곡」에선 ‘엄마’를 끌어안고 흐느끼기도 한다. 일상의 인식을 버무려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시 「또다시 아마존 정글로」는 젊은 날 그녀가 얼마나 진취적이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그녀의 시는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넘어지거나, 실패한 자에게 그녀의 시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잘 써야지, 멋진 작품을 남겨야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 그녀의 서정은 가슴으로 읽힌다.
그녀 시의 깊은 사유는 내면 성찰의 결과물이다. 언어에 주름이 있는가 하면, 기억의 역동성을 통해 추억으로 번진다. 주제에 대한 현실성과 집중도는 그녀의 시의 특징이다. 죽음의 세계를 넘어 「하늘길」에 닿는 그녀의 이야기는, 생사의 비밀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며, 시적 발화는 재치 있고 재미난다. 그녀 시는 때로는 가벼운 정서로, 때로는 무거운 사색으로 변주된다. 시 「그리움」은 서정시의 아름다움과 추억의 편리들이 빼곡하다. 단풍 든 가을 “오솔길”에서 떠올린 “사무친” 사람에 대한 추억은 아릿하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사람”에 대한 먹먹함이 스며 있다. 「갠지스강」역시, 인간의 “삶과 죽음”의 가벼움을 담담하게 그린 수작이다. 그녀 말대로 “부귀영화 누린 자 가난한 자 / 화염 속 불구덩 속 한 줌 재가” 되면 그뿐, 인생은 허허로운 것이다. 삶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뜬구름처럼 잠깐이다. 여든의 그녀는 “붉은 노을”이 되어 한 편의 서정시가 된다. 화사한 봄날의 꽃도 아름답지만, 그녀 머리 위에 핀 흰 머리칼은 애잔한 고움으로 형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