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품고 있는 사물들이 있다. 달력은 동그라미 친 숫자마다 기다림을 품고 있고, 봄꽃은 열매를 품고 씨앗은 싹을 품는다. 생각해 보면 핫팩, 수영복, 캠핑 도구, 여권, 구급약품 같은 수많은 사물들은 모두 기다림이라는 하나의 국적을 가진 동족이다.”
-눈오리 집게를 사는 마음 중에서
자전거 펑크를 때우며 구멍 난 마음을 메우는 방법을 생각한다. 양파를 잘게 썰며 사랑의 마음을 촘촘하게 썰면 썰린 양파처럼 수북이 양이 많아지는 걸 깨닫는다. 눈오리 집게를 사며 기다림의 설렘을 새긴다. 벚꽃을 보며 우리 삶에 벚꽃 피는 시간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본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 그 사건과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하고 다정한 의미를 저자는 찾고 정의하고 발명한다. 총 72편의 의미가 담긴 이 책은 찰나의 행복을 음미하고, 희로애락을 긍정하며, 나만의 의미를 찾는 일에 대하여 생각하도록 이끈다.
의미를 ‘발명한다’는 것의 ‘의미’
누구나 말이나 글의 뜻으로 알고 있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내가 새롭게 부여하면 나만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의미’는 이렇게 자유롭고 한계가 없다. 그렇다면 내 삶의 의미, 나만의 의미를 ‘발명’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의미의 발명》은 일상을 채우는 사물과 사건, 인연과 만남에서 소중하고 애틋한 의미를 ‘발명’한다. 소소하고 무용하지만 지금 나의 삶을 채워주고 앞으로도 살아가게 할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믿고 맡김’이라는 소중함을 발명하고 먼지 쌓인 장식장을 청소하며 감정과 시간의 먼지를 생각한다.
의미를 발명하는 것은 내 삶을 채우는 모든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일상의 귀하고 흔한 것들을 살피고 돕고 쓰다듬어 의미가 되는 과정을 이 책은 보여준다.
“‘마음가짐’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의 자세를 일컫는데, 나는 자기의 마음을 자기가 가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아랑곳하지 않는 마음 한 조각 단단히 가져가는 것, 그것이 삶에서 발명하는 최고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 피워놓은 장작불에 스스럼없이 곁불을 쬐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듯이 다정한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