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을 찾고자 했던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가장 사적인 노트
헤세는 여행지를 갈 때 늘 노트와 함께 했다.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내려가거나 풍경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는 길 위에서 가장 깊은 내면을 마주했고 전쟁과 삶, 고향과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방랑을 위한 산책』은 그 길 위에서 적어 내려간 이야기이자, 헤세가 평생에 걸쳐 고뇌한 사유의 흔적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헤세가 거닐었던 서정적인 여행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그의 문장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1901년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으로 헤세는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작품 등을 접하며 사유의 지평을 넓혔다. 그는 아름다운 마을과 고요한 호숫가, 초원을 거닐며 풍경을 바라보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길 위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에 젖어 들기도 하고, 이름 모를 사람에게 뜨거운 마음을 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가령 한 여인을 사랑할 동안만큼은 온전히 열여덟 어린 소년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한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길가의 꽃, 햇살의 반짝임, 드넓은 초원으로 이어진다. 그는 사람과 풍경, 세계와 자기 자신을 관찰했고 동시에 한 줄기의 햇살에서도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기 이 책은 헤세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의 기록이며 동시에 존재의 기록이다.
이토록 소란스러운 시대,
사유의 속도를 되찾을 한 권의 여정
요즘처럼 속도를 요구하고 방향과 목적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에 ‘목적 없는 방랑’은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 것이다. 우리보다 더 오래전의 시간을 거닐었던 헤세가 그 길 위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책의 페이지를 펼쳐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헤세가 치열하게 고뇌했던 흔적과 사랑, 그리움을 만나게 되리라.
유명한 여행지 대신 자신의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목적지를 정했던 방랑가이자, 전쟁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휴머니즘을 지향했던 작가 헤르만 헤세. 그는 평생 자신을 탐구하는 여정 속에 살았다. 그에게 여행은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와 같았고,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무언가를 좇고 이루기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살아내려는 마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어디에도 닿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가 필요하다면, 목적지보다 여정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방랑을 위한 산책』은 그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