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섬이 어디 있고, 뿌리 없는 섬이 어디 있으랴!!
이재정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20여 년간의 언론사 생활을 끝내고, 2012년 제주로 이주해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대학원을 수료했다. 지금은 바다와 친하게 지내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시인은 첫 시집 『섬이 네게 하는 말』을 통해, 생에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허공을 떠돌며 지내던 나의 우주선을 잠시 바다 위에 착륙시킨다. 바다에 닻을 내린 우주선은 뿌리와 가지가 늘어지고, 화르르 동백 꽃잎이 피어난다. 어쩌면 그 또는 그의 詩語는 쓰러지고 사라지는 화산섬과 충돌하며, 완전히 소멸하는 나무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종국에 그의 우주선은 몇 개의 레이어가 중첩된 사진 ‘화산섬의 이중초상화’처럼, 언제고 사라질지 모른다.
시집 『섬이 네게 하는 말』은 시인이 그간의 시각예술과 기억에 대한 탐구를 통해 제주도 섬의 정체성과 고독, 그리고 인간의 존재를 깊이 성찰한 작품집이다. 이 시집은 총 세 개의 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는 섬과 해녀, 그리고 제주도의 다양한 풍경을 통해 시인이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조명하고 있다.
BOOK 소믈리에가 말하다!
시집은 제주라는 섬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관계, 그리고 기억의 복잡한 얽힘을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시인의 시적 언어는 우아하면서도 강렬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과 기억을 되살려 주는 데 손색이 없다. 시집 『섬이 네게 하는 말』은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섬이 가진 정체성을 깊이 탐구하고 있다. 이는 독자에게 감동적이고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시집은 섬이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과 회복의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다. 이 시집은 섬 속에서 기억과 고독이 얽힌 복잡한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조명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섬의 정체성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제1부 ‘섬이 네게 하는 말’은 섬이 인간에게 전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고독과 소외를 표현한다. 시인에게 섬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헤어질 결심"과 "4월 16일 1, 2"에서는 이별과 상실의 아픔이 드러난다. 특히 "4월 16일"은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감정을 연결하여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붉음, 4ㆍ3"에서는 제주 4·3 사건을 통해 고립과 상실의 감정을 드러내며, 그 아픔이 개인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인반납"에서는 본인이 갖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성찰한다.
제2부 ‘이중초상화’에서는 해녀와 제주도의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과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 ‘어이그 저 귓것, 귀신이 없어’ 시리즈는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관계가 얽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나가 해녀의 삶을 통해, 제주 섬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한다. "굿바이, 알츠하이머"는 잊힘과 기억의 아픔을 직면하며, 세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런 과정에서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단순히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3부 ‘탐라순력도’는 제주도의 지리적, 역사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제주가 가진 독특한 문화와 역사적 맥락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된 사회적 이슈를 탐구한다. "1100고지"와 "눈물 왈칵 쏟아지는, 고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갈등을 대조하며, 섬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무근성"에서는 서로를 안쓰러워하는 관계 속에서, 기억의 형성과 상실을 조명하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탐라순력도’는 제주가 가진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특히,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로 가득 찬 공간임을 강조한다.
특히, 이 시집은 제주라는 특정한 장소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섬은 고립의 상징이기도 하며, 동시에 아름다움과 생명의 원천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적 속성은 시 전체에 걸쳐 드러나며, 우리는 섬이 주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된다. 시인은 제주라는 독특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독의 형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결국 『섬이 네게 하는 말』은 단순한 서정적 분위기의 시집을 넘어, 인간 존재와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이고도 시적인 여정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섬의 고독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기억의 무게를 느끼며, 각자의 삶 속에서 잊힌 감정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