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보편적으로 최한기 철학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특히 기철학의 입장에서 서양 과학을 수용하여 사상적 틀을 구성하고, 더 나아가 이를 현실 생활에서 적용한 사례까지 들어 설명한 그 방대한 역작을 만나보자.
「기측체의」(氣測體儀)와 「기측체의 역해」(氣測體儀 譯解)에 대하여
「기측체의」(氣測體儀)는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가 당대 중국을 통해 들어 온 서양 사상(특히 과학)을 한국적 유학 사상에 입각하여 실증적 ·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1836년에 간행한 사상서로서 사물에 대한 과학적인 사고 방법을 인간의 신체를 빗대어 분석하고 체계화한 한국 근대 사상의 큰 산이라 할 만한 책이다.
「기측체의」는 「신기통」과 「추측록」으로 구성된 두 종류의 독립된 책이 하나로 합쳐진 것으로, 「신기통」에서는 기(氣)의 본체, 즉 철학적 근거를 논하고, 「추측록」에서는 기(氣)의 작용, 즉 이의 현실적 현상을 밝힌다.
최한기는 원시 유학, 제자백가 사상, 주희 성리학, 양명학, 불교사상, 전통 의학, 기(氣)의 철학 등에서 합리적 내용을 계승하고, 동시에 서양 과학과 종교, 철학을 혼합하고 그 장점을 융합하여 독창적인 저서 「기측체의」를 펴냈다.
이 책 「기측체의 역해」(氣測體儀 譯解)는 최한기 선생의 「기측체의」를 번역하고 여기에 해제를 붙였다. 원래 한 권인 기측체의를 세 권으로 분권하여 「기측체의 역해 1권: 신기통(神氣通), 「기측체의 역해 2권: 추측록(推測錄) 상」, 「기측체의 역해 3권: 추측록(推測錄) 하」로 만들었다.
역해자 이종란은 최한기의 사상을 연구한 학자로서, 19세기 조선의 철학자 최한기의 철학이 근대 전환기의 전통문화와 사상으로 서양 종교와 과학의 도전에 대응한 점에서 그 해석적 전개와 시의성의 면에서 한국 철학의 한 뿌리라고 본다.
이종란은 19세기형 우리 철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최한기의 저술을 일일이 해부한다. 최한기가 사용하는 낱말이나 구, 문장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그것이 기존의 맥락을 이탈하여 어떤 논리를 따라 새로운 맥락으로 이동했는지 살피는 일이 의미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한기의 철학은 이종란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고, 그것이 이 책의 ‘해제’(解題)에 반영되었다.
결국 이 책은 전통사상을 이음과 동시에 서양 문명에 대응하면서 이를 흡수해 새롭고 세계적인 철학을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최한기의 「기측체의」를 이종란의 철학적 소견에 따라 재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추천사
이 책 『기측체의 역해』는 19세기 최한기의 『기측체의』를 나의 철학 관점에서 우리말로 옮기고 주석하며 해설한 책이다.
최한기는 단순한 사상가가 아니다. 근대 전환기 우리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그야말로 우리 철학이 무엇인지 모범 사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 중요성은 당시 전통문화와 사상이 서양 종교와 과학의 도전에 대응한 점에서, 또 우리의 정신적 정체성이 21세기 현재에도 갈팡질팡하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만 현대 한국인들이 그 상황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철학은 19세기 전반기 조선 철학이지만, 그 해석이 시의성을 갖추면 현대 우리 철학이다.
_ 이종란, 〈역해자 서문〉 중에서
대개 천지 만물과 인간은 모두 기의 조화를 말미암아 생겨났는데, 후세 사람들이 겪어온 일과 경험은 점차 기를 밝혔다. 그래서 이치를 규명하는 사람에게는 기준이 있어서 떠들썩한 논란을 그치게 하였고, 수행하는 사람에 게는 매개물이 있어서 어긋나거나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의 본체를 논하여 『신기통』을 저술하였고, 기의 작용을 밝혀 『추측록』을 지었는데, 두 책은 서로 안팎이 된다. 일상의 삶에서 앎을 기억하고 밖으로 그것을 드러내어 쓰는 일이 비록 이 기를 버리고자 하여도 불가능하며, 지식을 찾아 모으는 일도 이 기를 아는 데서 나오지 않음이 없다. 기를 논한 글은 여기서 대략 그 단서를 열어 놓았고, 두 글을 합쳐 엮었는데, 『추측록』 6권, 『신기통』 3권, 총 9권으로, 이름을 『기측체의』라 하였다.
_ 최한기, 〈기측체의 서문〉 중에서
현재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는지, AI는 기(氣)의 존재 양상으로 해석이 가능한지, 현재와 비슷하게 19세기의 혼란스러운 정세 한가운데서 솔루션을 제시했던 선구자 최한기를 AI라는 현대적 사유와 19세기 당시 전통적 사유와 접목하여 만납니다.
유학 사상을 전혀 색다른 관점인 실증적·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사물에 대한 사고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인간의 신체를 분석하여 비유합니다.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혜강 최한기의 철학이지만, 꼭 알아야 될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 중 하나로, 교과서에서 짤막한 한 줄로 남아버린 그를 제대로 알아봅시다.
_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50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