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분신 같은 글들을 이렇게 떠나보낸다.
문단과 문단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분다.
수필이 태양을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책머리 중에서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직 어둡다. 춥다. 모든 게 부서진 폐허만 같다. 그러나 작가는 믿는다. 죽음이 나뒹구는 전장에도 꽃이 피듯이, 이 폐허 어딘가에 너, 당신, 그대가 있으리라고. 그 너-당신-그대로 인해 내 삶이 온통 흔들리고, 그렇게 흔들려서 내 삶이 변할 것이라고. 그래서 고백한다. 너-당신-그대라는 그 머나먼 이름을 향해, 그 모든 첫 만남을 위해, 처음처럼, 두 번째 수필집을 엮는다. 다시 쓴다. 나의 마음이 너, 당신, 그대라는 이름에 닿을 때까지. 너라는 그 멀고도 가까운 거리의 지리학 안에서.
김순아 시인·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