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후회하면서 살아.
이 세상에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거야.”
자신이 가진 수명을 덜어 시간을 되돌리는 가온족의 아이 설지가 전작 『지금도 늦지 않았어 사랑해』 『지금도 늦지 않았어 미안해』에 이어 이번에는 모두가 떠난 밤의 학교, 혼자 울고 있는 온주 앞에 나타난다.
“후회하는 마음, 그 속에는 미안한 마음이 웅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난 너에게 내 시간을 덜어 줄 수 있어. 최대 20일 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주는 시간을 받아서 20일 뒤로 돌아갈래?”
아이가 물었지만 나는 멀뚱거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10쪽)
안다구슬을 통해 온주를 발견한 설지는 후회하는 마음 안에 자리 잡는 ‘미안함’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담임 선생님께 미처 건네지 못한 진심,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해 슬퍼하던 온주 앞에 기적이 펼쳐진다.
선생님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어제도 그제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저렇게 늘 웃는 얼굴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특히 더 그랬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선생님의 얼굴을 외면했다.
“제발, 온주야. 내 가장 큰 소원이야.”
선생님이 한쪽 눈까지 찡긋했다. (13쪽)
항상 웃는 얼굴의 담임 선생님은
왜 온주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걸까?
설지의 시간을 건네받아 20일 전으로 되돌아간 온주. 그곳에서 온주는 늘 웃는 얼굴의 선생님으로부터 매일같이 간곡한 요청을 받는다. 바로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여린이를 특별히 보살펴 달라는 부탁이다. 여린이는 4학년 때 전학 온 이후로 지금까지 늘 혼자 있는 아이다.
모두가 여린이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는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습관처럼 그렇게 한다.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 선생님은 그런 여린이를 반 아이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게 하기 위해 엄청 애썼다.
“여린이랑 같이 해.”
선생님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19쪽)
여린이를 살갑게 대해 달라는 선생님의 당부가 온주로서는 부담스럽다. 학급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여린이와 가까이 지낸다면, 덩달아 따돌림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쿠폰까지 보내며 자신을 계속 설득하는 선생님. 온주는 그런 선생님의 속셈이 너무나 궁금하다. “선생님, 대체 저한테 왜 그러세요?”
“선생님 부탁이라도 그건 싫어요! 그러는 순간부터 우리 반에서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여린이랑 똑같은 왕따가 될 거라고요.”
“온주야, 그럴 일은 없어.”
선생님이 잘라 말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온주 너를 좋아해. 온주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아이들은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29쪽)
지금 말하지 않으면
영영 전할 수 없을지 몰라!
“저를 믿어 줘서 고맙습니다.”
하필이면 여린이와 같이 모둠 활동을 하게 된 온주. 모둠원들과 의기투합하여 가장 창의적이면서 제일 독창적인 무언가를 나타내야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여린이를 부탁하는 선생님의 간청 앞에서 온주는 점점 여린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대망의 모둠 활동 발표 날, 이 둘을 계속해서 붙여 놓는 선생님의 속마음 그리고 여린이의 사연이 밝혀지는데……. 선생님의 진심을 확인한 온주는 말할 수 있을까? “저를 믿어 줘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가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어. 사고로.”
그때 나는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말은 끝내 전할 수 없는 말이 되었잖아요. 여러분은 이런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늦지 않았다면 마음을 꼭 표현하세요. (149쪽_작가의 말)
『지금도 늦지 않았어 고마워』를 쓴 작가 박현숙은 작가의 말을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밝히며, 고마움을 제때 드러내지 못한 지난날이 후회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에는 박현숙 작가가 온 마음을 다해 독자에게 전하는 응원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 당장 가슴속에 있는 “고마워.”라는 말을 표현하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그 시절을 사는 사람은 정작 그때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지. 결국 지나고 나서야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해. 온주 넌 지금부터, 네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지내. 고맙단 말도 많이 많이 하고.”
설지가 말했다. (145쪽)
또한 박현숙 작가는 설지의 입을 빌려 “이 세상에는 고마운 일투성이”므로 매 순간 감사한 마음을 지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