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준오를 바라보는 성구의 마음은 어느새 단단히 삐뚤어져 있다. 그칠 마음이 없어 보이는 장난, 놀리는 건지 칭찬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는 빈정거림, 성구의 생각과 마음은 묻지도 않고 일단 저질러 버리는 뻔뻔함까지! 성구는 어서 짝꿍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도도새는 자신들의 섬에 도착한 사람을 피하지 않아 결국 지구에서 사라져 버렸다는데. 성구는 준오가 도도새처럼 눈앞에서 없어져 버리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얼굴은 준오, 몸은 도도새를 한 형태로 도도새 준오를 그린다.
다음 날, 준오는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연락이 안 된다는 말뿐이다. 도도새 준오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성구는 준오가 사라진 이유로 스케치북을 의심한다. 도도새 준오처럼 자신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그려 넣은 성구는 이상한 힘에 빨려들어 어느 숲속에 도착하는데……. 뭐야? 머리는 나인데, 날개와 발까지 모두 도도새가 되었잖아! 우연히 마주친 준오도 같은 처지네! 우리,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 이 책의 특징
어린이의 갈등 속 감정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한 시선,
미움을 사랑으로 변화시키는 가슴 벅찬 이야기
사실, 학교에 있을 때는 준오가 미운 적이 많았지만 그만큼 고마운 일도 많았다. 교실에 가져다 둔 화분을 혼자 돌보는 준오, 친구들이 어질러 놓은 신발장을 정리하는 준오. 어쩌면 준오는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붙이고 싶어서 고민을 했던 건 아닐까?
준오의 부재는 성구가 준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미움을 가득 안고 바라본 겉껍질을 살짝만 걷었을 뿐인데 그 안에 있던 준오의 속마음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준오를 향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둘러싸여 있던 성구의 마음에 점점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유순희 작가는 아이들 사이에서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 내며 상대의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작은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곱씹게 한다. “미움은 마음을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어 버리고, 거기에는 다정, 즐거움, 유쾌함, 따뜻함이 깃들지 못한다”는 작가의 말은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곁을 내어 주는 일이 우리 자신을, 상대방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동력임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이제야 서로의 마음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지만, 성구와 준오는 도도새의 몸을 하고 숲 한가운데에 떨어져 버렸다. 이제, 이 숲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둘뿐이다.
“밀렵꾼에게서 동물들을 지켜야 한다!”
어른의 잘못된 욕심에서 약자를 보호하려는
맑은 동심과 용기 있는 연대
두 아이가 뚝 떨어진 숲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들은 숲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할뿐더러 밀렵꾼들은 다른 동물은 물론, 성구와 준오에게까지 총구를 겨눈다.
성구와 준오는 밀렵꾼들을 피해 달리다가 덫에 물린 사슴을 발견하고 있는 힘껏 구해 낸다. 반달곰, 흰코뿔소, 얼룩말, 황새가 각자의 빛으로 찬란한 우주를 만들고 있는 숲을 보며 성구와 준오는 도도새처럼 사라지는 동물이 더 이상 없길 간절히 바란다. 순수한 동심의 시선에서 그려진 숲 전경은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공간으로 묘사되며, 우리가 지켜야 하는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메시지를 두고 간다.
성구와 준오는 밀렵꾼들을 섬에서 내보내기 위해 인간의 머리와 도도새의 몸통을 한 자신들을 드러내며 힘을 합쳐 총공격을 감행하기로 한다. 두 아이를 잡아 가두려는 밀렵꾼들과 숲의 생태를 지키기 위한 아이들의 싸움은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단단하게 뭉쳐진 연대의 가치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문화 가정ㆍ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는 어떤 표정일까?
타인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마음의 아름다움,
편견보다 존중을, 배척하기보다 화합을!
성구는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마음이 분주하다. 마법의 스케치북에 우리의 본래 모습을 그려 넣으면 집에 도착하지 않을까? 준오도 분명 기뻐해야 하는데, 엄마가 없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베트남에서 이주한 엄마가 한국 생활이 힘들어 모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성구는 준오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란다. 준오의 엄마가 이주민인 사실은 당연하게 존재할 수 있는 일일 뿐, 놀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단지 엄마의 부재 속에 놓인 친구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미운 친구가 사라졌다》는 어린이의 때 묻지 않은 세계에 ‘편견’과 ‘배척’이라는 이름이 들어설 자리가 없음을 보여 준다. 피부색이 다르면 꺼림칙하게 변하는 주위 사람들의 표정, 언어가 익숙하지 않다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존중과 화합 대신 분열을, 평화 대신 갈등만 만들 뿐이다. 책을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 상대를 존재 그 자체로 마주하는 어린이의 눈높이가 필요함을, 어린이들이 평화와 화합을 담은 어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을 힘주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친구에게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판타지의 세계를 통해 동물권, 약자와 연대하기, 평화와 화합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책은 결국 ‘함께’라는 단어의 아름다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 여정을 통해 우리 마음에 깃든 다정함과 따뜻함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다듬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