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굴곡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은 의사, 월남전 참전용사,
그리고 지역 사회의 큰 어른
1935년 경남 진해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배대균 원장은 한국전쟁과 월남전을 모두 겪은 이 시대의 산증인이다. 어린 시절 6.25전쟁을 겪고, 훗날 군의관으로서 월남전에 참전한 그는 전장의 기억을 가슴에 안고,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아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산에서 ‘배신경정신과’ 원장으로 매일 환자를 만나며 지역 사회를 돌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은 그의 삶을 오롯이 담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회고를 넘어 삶의 지혜와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부 ‘어떤 미소’에서는 평범한 일상에서 피어난 소소한 감정과 깨달음을 담아냈다.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 자연의 작은 변화 속에서 느낀 기쁨, 그리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이 따스한 문장으로 표현된다. 독자들은 이 장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순간들에 있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2부 ‘의사의 일요일’에서는 오랜 세월 의사의 길을 걸어오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환자의 눈물에서, 때로는 진료실의 짧은 대화 속에서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마주한다. 이 장은 단순한 병원 이야기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삶의 치열한 진실을 담아낸다.
3부 ‘시루봉의 해병혼’에서는 저자의 군 복무 시절 이야기와 함께 월남전 참전의 경험이 진중하게 서술된다. 전쟁의 공포와 아픔, 그리고 동료들과 나눈 전우애는 지금의 평화를 더욱 귀하게 만든다. 이 장은 단순한 군대 체험기가 아니라, 전쟁을 직접 겪은 이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역사이며, 오늘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4부 ‘마산만의 소모도 해협’은 저자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느낀 사회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칼럼 형식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장으로, 마산 사랑의 전화 설립자로서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 정신이 글 곳곳에 배어 있다.
5부 ‘글쓰기의 위대함’에서는 삶을 오래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과 철학이 녹아 있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가치관이 흔들리는 지금, 글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진지하고 묵직하게 담겨 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후세에게 조언하고, 스스로를 성찰한다.
6부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는 저자가 읽은 해외 명칼럼과 시사적 글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세계적인 사건들 속에서도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균형 잡힌 시선과 철학이 돋보이며, 독자들에게 폭넓은 시야를 선사한다.
이 책 전반에는 ‘불가능은 스스로가 만든 함정이다’라는 저자의 생각이 일관되게 흐른다. 배대균 원장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못 한다고 말하지 말라”, “안 된다고 말하지 말라”,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한계 짓지 말고 긍정의 정신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 산문집은 단순한 인생 회고록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한 사람의 삶에서 길어 올린 교훈과 감동을 전하는 문학적 기록이자, 후세에 전하는 지혜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