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니
누구를 사랑하며 살았니 무얼 먹었니
사람을 만나 이리도 별게 다 궁금해본 것이 얼마 만인가
지금 나를 온통 흔들고 있는 무서운 기집애.”
내가 너 때문에 웃겠구나 너 때문에 그리고
아플 수도 있겠구나.
_홍진경(방송인)
“내가 너와 함께 있을 때 심지어 너를 생각할 때
나는 빛을 마주하는 것 같아.”
이 책의 저자는 세 명이다. 글을 쓴 주인공 정신과, 오래된 정신의 영수증을 서랍에서 꺼내어 세상이라는 배경 위에 올려 사진을 찍은 사이이다 작가, 그리고 이 모든 글과 사진을 책이라는 캔버스 위에 올려 펼쳐놓는 디자이너 공민선.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들은 그간 정신이 모은 영수증과 헤아릴 수 없는 날들 가운데, 정신이 돌연 바다 건너 큰 세상으로 나아갔던 40세의 날들을 기록하기로 한다. 과거에 무수한 매거진과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광고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광끼〉의 자문이자 모델이 되기도 했던 찬란한 20대의 정신은 40대에 방황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신은 ‘자신’을 알기 위해, 그리고 그토록 염원했던 단 한 명의 ‘당신’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다.
“너를 찾기 위해 이렇게 멀리 가는 것이 맞는가
시간도 돈도 많이 써야 하는데 생각하던 몇 달 전 이런 말이 귓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제 차례예요?
엄마 아빠 동생 먼저 아니고 제 차례예요?” (17쪽)
포틀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온라인 데이팅 앱을 켜고 끝없이 자신을 알아줄 남자를 찾아 헤매던 어느 날 깨닫는다.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어 있었음을. 질문이 잘못되어 있으면 정답도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마음을 내려놓고 이토록 헛된 답을 찾고 있었던 자신을 미국에서 사라지게 하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을 무렵,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이 책은 가족과 일, 사랑, 자아가 모두 흔들리던 날들에 용감하게 자신과 당신을 찾아나서기로 한 40대 여성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한 장의 영수증에 하루를, 인생을 담는다. 정신 작가의 시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한 독특한 감수성과 문장은 여전히 빛나고, 깊이와 사색은 더해졌다.
현재 정신 작가는 미국에서 그간 모은 2만 5천 장의 영수증을 몇 개의 캐리어에 담아 들고서 한국에 돌아와 있다. 연도별로 봉투에 고이 담아둔 정신의 영수증들이, 정신의 놀랍고도 문제적인 하루들이 지금 당신에게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사고 선물하고 내어주고, 소비하고 때론 허비하는 모든 것은 곧 우리의 삶이기에. 돈을 쓰고 물건과 장소의 추억으로 남은 모든 순간이 곧 우리의 인생이기에.
“나는 한번 더 힘을 내고 싶었다
가자 원의 반경을 더 크게 그리자
너를 찾으러 태평양을 건너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