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처음부터 아빠였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빠’라는 단어에 괜한 거리를 두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책임과 침묵, 보호자와 가장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던 아빠의 속내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다. 아빠도 사실은 자식과 살갑게 대화하고 싶고, 삶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나누고 싶을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거라 믿었던 그 마음속에는, 아빠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나의 아빠이기 전에, 아빠라는 한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어쩌면 아빠가 조용히 내민 손길을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은 아닐까?
《아빠 자서전》은 바로 이 물음에서 시작된 책이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내느라 미뤄두었던 이야기들, 하마터면 아빠 나 사이에 놓쳐버렸을지도 모를 기억들, 더 늦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은 감정과 진심들을 글로 남기려는 시도다.
‘아빠’라는 호칭 너머,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들여다보기 위해 우리는 아빠 앞에 적극적인 질문자가 된다. 늘 단단해 보이고,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했던 아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궁금해 아빠의 어린 시절부터 청춘, 가족, 일상, 그리고 아빠가 꿈꾸는 미래까지 아우르는 총 100개의 질문이 삶의 굴곡과 반짝였던 순간들을 재조명하게 될 것이다. 각 장마다 주제를 달리하고, 질문마다 짧은 인용문을 덧붙여 아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빠 자서전》은 손 글씨로 진심을 담고, 사진으로 시간의 흔적을 채워가며 완성하는 나만의 추억 앨범이다.
이 책을 통해 ‘자서전’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을 덜어내고, 아빠와 내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바란다. 아빠의 지난 삶을 찬찬히 되짚는 시간은, 결국 우리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아빠와 내가 함께 완성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기록
《아빠 자서전》은 글을 쓰며 완성해 나가는 책이지만,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아도 좋다. 아빠의 말투 그대로, 손 글씨 그대로, 아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이 책의 진짜 목적이다. 100개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빠가 그려온 삶의 궤적이 그려지고, 어렴풋했던 기억의 퍼즐이 서서히 맞춰진다. 아빠가 직접 질문에 답을 쓸 수도 있고, 자식이 곁에서 질문하며 아빠의 대답을 받아 적을 수도 있다. 서툰 글씨로 천천히 써 내려가는 그 순간들이 쌓여,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누가 쓰느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함께하느냐다.
어버이날 선물로, 가족 간의 대화를 여는 장으로, 혹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기록으로, 《아빠 자서전》은 삶의 어떤 순간에도 쓰임새가 있다. 마음 가는 질문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자. 빈칸이 남아도 상관없다. 어떤 기억은 글보다 마음속에 더 오래 남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대화의 시작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 깊이 전하지 못했던 사랑을 건네는 ‘용기의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아빠 자서전》은 단순히 기록을 위한 책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고 감정을 나누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말하지 못한 진심, 잊고 지낸 추억을 되살리기에 늦은 때란 없다.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