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시인은 화학을 전공한 기초과학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이다. 그리고 인문학의 꽃인 시 쓰기로 시대와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를 원하는 의식이 있는 시인이다. 박종덕 시인은 이 첫 시집에서 스스로가 문제의식과 과제를 낳는 화두를 폭 넓게 던지고 있다. 물론 시인 자신이 이 화두를 던져놓고 독자들의 혹은 시를 깊이 있게 읽기를 원하는 마니아들과 공동전선을 펴, 올바른 시대상, 올바른 인간상 또한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는 방법론을 찾아가는 메신저 역할자요, 궁극적인 답을 필요로 한다는 간절함을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중심적 과제를 박종덕 시인은 무의식, 의식 가운데서 고백하고, 그 화두가 혹은 탐구의 목적이 될 그 무엇을 위해서 시의 몸통을 빌려 답을 찾고자 몸부림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덕 시인이 산문과 과학 논문이 아닌, 왜 시를 통하여 자신 생애의 거룩한 질의의 주체가 되고 있는가의 답을 영국 낭만주의 시인인 콜리지(1772~1934)에게서 찾을 수 있겠다. “산문은 잘 정연된 단어들의 모음이다. 시는 ‘잘’ 정연된 좋은 단어들의 모음이다. 단어는 하나의 단위 안에 세 가지 특질을 갖는다. 내포하는 의미, 환기시키는 의미,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의미와 관계하는 리듬이 그 특질이다.”
박종덕 시인이 디지털 시대에 그리고 물질 문명화된 시대의 과학도로서 뒤늦게 시인이 되어 시집을 통하여 인류에게 말걸기를 시도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생각하기로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 혹은 글쓰기에 대해서 딴죽을 걸어온바, 동반 후퇴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시의 중심에 서서 세상의 수많은 고뇌와 맞닥뜨리면서 힘겨운 갈등 국면에 접어들기도 하고 이탈을 반복하고 있다고 본다. -이충재 평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