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이라는 역사의 마침표에 물음표를 던지며,
멸망과 건국 사이의 결정적 장면들을 소개하는
5,000년 한국사 이야기!
평소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해피엔딩이면 기분이 덩달아 좋으면서도 분명 계속 행복하지만은 않고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둥, 새드엔딩이면 결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펼쳐질 것이라는 둥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이 책 『거꾸로 읽는 한국사』는 우리가 영화를 즐길 때와 마찬가지로 역사에 대해서도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해 보도록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이런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라 잃은 백성은 무엇을 했을까?”, “나라의 멸망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책을 읽어 왔지만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질문이고, 그래서 스스로 던져 볼 생각도 못 한 새로운 질문이다. 왜 우리는 이제껏 한국사를 공부하며 나라가 멸망하면 그 나라의 역사는 끝이라고만 생각했을까? 멸망한 나라의 남은 백성은 무슨 일을 했고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하지 못했을까? 이는 교과서를 포함해 우리가 접한 역사책이 대부분 한 나라의 역사를 건국부터 전하며 멸망을 역사의 마침표로 설명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마침표에 물음표를 덧붙인다. 멸망을 역사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여태껏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이야기로 초대한다!
묻지 않아 몰랐을 뿐
멸망과 멸망 이후의 역사는
건국만큼이나 자랑스러웠다!
기나긴 5,000년 역사 동안 가장 자랑스러운 멸망의 역사를 꼽아 보라면 언제일까? 다름 아닌 우리나라 역사 속 최초의 나라 고조선이 멸망하던 때다. 건국으로 반만년 역사의 시작을 위대하게 알림과 동시에 멸망마저 가장 부끄럽지 않고 장렬하게 맞이한 나라가 고조선이었다. 고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우거왕은 북방의 유목민인 흉노를 고립시킬 목적으로 쳐들어온 한나라에 1년 넘게 버티며 순순히 항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조선 내부에서 이제 그만 항복하자는 무리가 생겨날 정도로 그는 나라를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우거왕은 결국 한나라와 내통한 내부 세력에 의해 피살되며 고조선도 끝내 멸망했다. 한국사에서 나라가 멸망하며 자신의 목숨도 잃은 왕은 우거왕이 유일하다. 그는 항복 대신 죽음을 택하기까지 나라와 백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드넓은 영토를 호령했던 고구려의 멸망 이후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강대국으로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고구려도 당나라의 공격에 자만하며 소홀히 대응한 탓에 668년에 평양성을 내주며 멸망했다. 그러나 이후 고구려 유민은 강대국의 백성답게 무려 30년 동안이나 부흥 운동을 전개하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끈질기게 저항했다. 670년에 장수 검모잠과 왕족이었던 안승이 황해도 한성에 고구려를 다시 세웠고, 이어 계속되는 당나라의 위협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라북도 금마까지 내려가 674년에 고구려를 또다시 재건했다. 고구려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장왕은 당나라에 잡혀가 677년에 고구려 부흥 운동을 무마하라는 임무를 받았지만, 그 뜻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고구려를 다시 일으키려는 일을 벌이다가 발각되어 유배지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러한 고구려 유민의 포기를 모르는 저항은 결국 결실을 얻는다. 거란족이 당나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하며 반란을 일으킨 틈을 타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이끌고 동쪽으로 넘어가 ‘발해’를 세운 것이다. 당나라는 그들이 돌아오도록 회유했지만 거부하고 천문령에서 당나라 군대에 맞서 싸운다. 이 전쟁에서 대조영과 고구려 유민은 대승을 거두며 동모산 인근에 드디어 고구려를 계승한 새 나라를 698년에 건국할 수 있었다. 고구려가 멸망한 668년부터 발해를 건국한 698년까지 조국을 잃은 백성은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라가 무너질지언정 역사는 끊기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들이 있었기에 고구려의 멸망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발해가 멸망한 후에도 전역에서 부흥 운동이 일어난 일, 발해의 세자 대광현이 고려로 귀부하며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역사책을 챙겨 들고 온 덕분에 발해사도 한국사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일, 사대의 역사에서 벗어나 중국과 대등한 제국으로서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선포한 일 등 멸망은 비극뿐이라는 단순한 공식에 가려져 접할 수 없었던 놀라운 명장면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박물관과 유적지를 직접 방문한 듯한
생생한 유물과 유적 사진,
그리고 계승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새로운 한국사 연표!
이 책에는 내용의 다양성만큼이나 이해를 돕고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하는 그림과 사진이 풍부하다. 두 저자는 역사학자와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사 뉴스레터 〈나만의 한국사 편지〉의 발행인인 만큼 전국의 박물관과 유적지를 오랫동안 누비며 직접 찍고 소장해 둔 귀한 사진을 이 책에 가득 담았다. 따라서 그 어떤 역사책보다도 여러 주요한 유물과 유적을 실제 박물관과 유적지에서 관람하듯이 아주 생생하게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사 전체 연표를 공유하고 나라별로 아쉬운 점을 설명한다. 나아가 역사학자인 저자만의 시각을 더해 계승의 관점으로 다시 그린 새로운 한국사 연표를 소개하는데, 이것은 기존의 연표와 달리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단절 없이 하나로 연결한 독보적인 연표로서 5,000년 역사의 흐름을 아주 쉽게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역사를 하나도 몰라도
전혀 겁낼 필요 없는
집배원 부의 친절한 가이드!
뉴스레터 〈나만의 한국사 편지〉에서 역사학자 조경철이 쓴 글을 쉽고 흥미롭게 다듬어 구독자에게 전송하는 콘텐츠 에디터 조부용, 이름하여 집배원 부가 이 책에서도 역사와 친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활약한다. 열두 통의 편지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 뉴스레터로 발행되었던 콘텐츠를 모아 이야기를 보태 만들어졌다. 따라서 역사학자의 신뢰할 만한 전문적인 지식을 누구나 읽어도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글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각 편지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마다 집배원 부의 ‘여는 말’과 ‘간단 요약’을 실어 재미와 궁금증은 더하고 복잡함은 한껏 덜었다.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을 멸망 이후의 이야기를 소개하기에 앞서, 각 나라가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다시 한번 되짚으며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친절하게 돕는다. 기존의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도 한국사의 새로운 사실을 가득 담은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