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일부 따옴)
#1 - 김선호 시인은 현재 〈산수(傘壽, 80세)의 문턱에서 만난 희귀(稀貴) 질환 ‘파킨슨’으로 인해 힘겹게 투병하고 있습니다. 신체의 여러 부위 근육을 무력화시키는 이 질환은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게 현실적 정설로 보입니다. 서서히 무력화되는 근육으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가 절망의 늪에 빠지는 데에 비하여, 김선호 시인은 자신의 내면과 신앙심, 그리고 가족 친지들의 사랑으로 문학 창작에 열중하며 병고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쓰인 작품들로 2025년에 6시집 『함께 기도해요』를 발간〉하였습니다.
#2 - 〈김선호 시인은 한국어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입니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입니다. 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학장을 역임하면서 국어학의 발전은 물론, 한국문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분입니다. 그의 시에서 언어의 다양한 변이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탕이 되는 제재는 그의 학문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
#3 - 〈김선호 시인의 작품 「사랑해서 미안하외다」는 5연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1연과 2연에서 몇몇 시어를 확인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1연에서는 충청도 방언으로 알려진 ‘숭’이 표준어 ‘흉’임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기본적이고 간명한 시어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습니다. 그러나 2연의 ‘빙기옥골(氷肌玉骨)’은 자주 쓰는 고사성어도 아니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습니다. 빙기(氷肌)는 ‘얼음처럼 맑고 깨끗한 살결’이라는 1차적 의미에 ‘매화의 깨끗하고 고운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원관념임을 미리 확인해야 시에서의 본뜻이 명징하게 잡힙니다. 옥골(玉骨) 역시 ‘옥같이 희고 깨끗한 골격이라는 뜻으로 고결한 풍채’를 뜻하는데, 이 또한 비유적으로는 매화를 가리키기도 하고, 왕이나 황제 등 고결한 신분임을 확인해야 작품의 본뜻을 쉽게 헤아릴 수 있습니다.〉
#4 - 〈김선호 시인은 가톨릭 신자로서 ‘기도’를 생활화하는 분입니다. 6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작품 「함께 기도해요」에서 〈아름다운 하루를 허락해 주시는 만고의 사랑님(하느님)〉에 늘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기적이 아니면, 아직도 완치할 수 없는 질병 파킨슨과 투병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초승달, 혹은 그믐달로 보이는 작고 여린 ‘손톱달’과 같은 이승에서의 삶을 생각하는 시인의 내면에 공감하게 됩니다. 〈잠시 숨 고르다/ 자리 뜨는 나그네〉라는 시행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소풍’에 비유한 천상병 시인의 내면을 다시 만나는 것 같습니다.〉
#5 - 〈김선호 시인은 투병 중에도 강한 의지력과 신앙심으로 온갖 잡념을 극복하고 시 창작에 나섭니다. 「파킨슨 잡놈과의 동행」에서 〈나 좋다 찾아든 친구/ 뭘 탓하랴〉라고 수용하면서도, ‘부딪치고 넘어지는 망신살’ 때문에 얄미운 친구라 투정하기도 합니다. 신체가 〈버걱대는 것마저/ 더 고장 내놓는 심술보〉이면서 〈지(저, 자기)하고만 있으라는 고집불통〉이라 도외시합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그는 시에 대한 견고한 성채(城寨)를 쌓아놓은 분입니다.〉